다 같이 살자요, 우리도요!
큰뒷부리도요가 이레 동안 먹지도 자지도 않고
9천 킬로미터를 날아옵니다.
몸이 반쪽이 되어도, 큰뒷부리도요를 반기는 수라갯벌과
수라갯벌을 지키는 친구들이 있으니까요.
날개도 없이 높디높은 곳에서 몸이 반쪽이 되도록
열흘을, 백일을, 일 년을, 이 년을 싸우는 사람이 있습니다.
부당함과 차별에 맞서 싸우는 우리들의 큰뒷부리도요입니다.
계엄의 겨울을 보내고, 민주의 봄을 맞이했듯이
큰뒷부리도요에게도 봄을!
다 같이 살자요, 나도요, 너도요, 우리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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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둥그니까 앞으로 앞으로 자꾸 걸어 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난다고 했지만, 그 시절의 난 어린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말을 믿기 어려웠다. 모험심으로 가득 차 세계 곳곳을 누비며 탐험하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브라질도 뉴질랜드도 지구본에 색색으로 칠해진 면에 인쇄된 그저 고유명사일 뿐, 나라 이름, 수도 이름은 언젠가 갈 곳이라기 보다는 달달 외워 뽐내는 지식 배틀의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따져 보니 죽을 때까지 동네를 벗어날 일이 없었달까? 호떡 하나 맘대로 살 수 없는 어린이는 이웃 나라는 고사하고 옆 마을 친구를 만나러 가기도 어려웠으니까.
그런, 동네라는 울타리에 갇힌 세계 각국의 어린이들을 기어코 서로 만나게 해주고 싶었던 걸까? 인류는 발명과 발전을 거듭해 가며 속도를 올리고 거리를 좁혀 온 지구를 지구촌이라는 이름의 한 마을로 만들었다. 하지만 시간과 돈과 화석연료를 태우며 지구를 동네처럼 쏘다닌다는 건 블랙핑크 제니쯤 되지 않는 한 여전히 불가능에 가깝다. 잘난 건 제니지 내가 아니니까. 그렇게 넓디 넓어 인간은 태어나 죽을 때까지 걸어도 걸어도 한 바퀴를 다 돌기 어려운 지구를 해마다 남반구 호주, 뉴질랜드부터 북반구 시베리아, 알래스카까지 왕복 약 28,500km를 이동하는 생명체가 있다. 그 생명체는 바로 도요(새)!
큰뒷부리도요의 경우 번식지인 알래스카에서 비번식지인 뉴질랜드까지 최대 2주까지 쉬지 않고 다이렉트로 비행한 기록도 있다. 무려 11,680km를 평균 60km/h의 속도로 말이다. 어찌하여 그들은 매해 지구를 마을(村) 삼아 목숨 걸고 남/북반구를 오가는 대륙 간 여행하는 삶을 택했을까? 그저 신비로울 뿐이다.
큰뒷부리도요는 몸길이 40cm 정도의 대형 도요로 4~5월, 8~10월경 장거리 비행 중 먹거리가 풍부한 한반도 서해 갯벌을 중간기착지 삼는 나그네새다. 호주를 출발할 때 몸무게 496g이던 큰뒷부리도요는 서해 갯벌에 도착할 때쯤이면 비행하느라 살이 다 빠져서 체중 182g으로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에너지 보충이 시급한 상태로 발보다 부리가 먼저 닿는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도요의 최대 서식지는 옥구염전이었다. 그러나 2004년 4월 초 시작한 새만금 물막이 공사로 수십만 마리 도요의 서식처였던 곳이 생명이 사라진 마른 땅이 되었다. 새만금은 한반도 갯벌의 10%를 차지하고 있던 곳으로 수십 조 원을 쏟아부은 것도 모자라 (놀랍게도) 현재까지 개발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물막이 공사의 정점이었던 2004년~2006년, 도요는 많은 개체가 집단 폐사해 전세계 개체수가 20~25%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큰뒷부리도요의 경우 역시 한반도에서 2003년 봄, 약 21,500마리로 관찰된 개체수가 2007년 봄엔 약 8,000마리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갯벌은 보통 1년에 겨우 3~5mm의 퇴적물이 쌓여 약 4,500~20,000년에 걸쳐 만들어진다.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인 서해안 갯벌은 8,000년에 걸쳐 만들어진 갯벌로 전 세계 멸종 위기에 처한 물새 중 47%의 주요 서식지다.
발전이라는,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쉬지 않고 가속 페달을 밟아 온 '개발'은 유구한 세월이 축적된 생명의 땅을 죽음의 땅으로 바꾸는 함정에 불과하다. 발명을 멈추고 있는 그대로를 발견하려는 노력, 지식을 파괴하기보단 지혜를 쌓아가는 노력으로 존재를 존재 자체로 바라보게 되면 큰뒷부리도요의 신비한 지구촌 여행의 비밀에도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지 싶다.
모르는 건 모른 채 그냥 바라만 봐도 좋을 일이다. 저절로 그러하게 바람은 국경을 넘나들고 물은 본래 길대로 흘러 바다와 만나고 나무는 생명만큼 뿌리를 뻗고 가지를 낸다. 땅은 순환을 위해 죽은 생명을 거름 삼아 삶의 에너지로 바꿔주니 이미 늦었대도 개발은 이제 그만! 멈춰 서서 지긋이 바라만 봐도 세상은 존재 그 자체의 신비로 넘쳐날 테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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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한국의 새 생태와 문화_이우신 지음, 지오북 출판사 환경스페셜 - 도요새, 서해에서 길을 묻다_KBS 2011525 방송
* 이달의 수라 생물 꼭지 주인장 자연이 단비 내리는 나무심는 날 하제마을 팽나무 아래서 혼인서약을 했습니다. 혼인 축하 마음 담아 쥔장이 비운 자리를 인디가 얼렁뚱땅 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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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표면을 닮은 방게의 흔적
한 생명이 탄생하고 사라지면 분명히 흔적을 남긴다. 하지만 흔적을 읽지 못하면 자연의 변화 속에서 어떤 이가 있었는지 바람처럼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만다. 우리는 땅에 각자의 발자국을 남기고, 글을 남기고, 상대방에게 기억을 남긴다. 새만금 개발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수많은 저서생물이 사라졌다. 그리고 또다시 살아나기를 반복하고 있다. 지금 갯벌에 달 표면처럼 생긴 이 자국은 방게의 흔적이다. 방게는 밤알 크기만 한 게의 일종이다. 이들은 자신이 움직일 수 있도록 갯벌 속에 복잡한 구조의 구멍을 판다. 바닷물이 드나드는 동안 방게들이 남기고 간 집이 무너지면 이런 형태의 웅덩이가 남는다. 나는 이런 모습도 갯벌의 또 다른 생명을 부르는 움직임이며, 희망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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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수라갯벌은 민물도요새와 물떼새들의 천국이다. 날이 따스해지니 물이 빠진 갯벌을 총총총 뛰어다니며 먹이를 찾거나 한가롭게 쉬고 있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사실은 보이는 게 아니라 천천히 갯벌 위를 훑어보다가 작은 돌멩이 같은 것이 보이면 얼른 망원경을 들어 들여다봐야 그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여기저기 눈을 부릅뜨고 천천히 찾아봐야 보인다. 수라갯벌을 가르고 있는 남북로 건너편에서 산업단지 공사로 모래 먼지가 풀풀 날리고 변덕스러운 봄바람은 쌩쌩 불어대지만 새들은 아랑곳없이 포클레인 옆에서도 미군기지 옆에서도 살 길을 찾는다. 겨우내 수라갯벌을 지키는 혹부리오리는 붉은 부리 끝 동그랗게 솟은 혹과 갈색과 검은색, 흰색이 섞인 화려한 외모를 자랑하며 작은 민물도요새와 물떼새 옆에서 한가롭다. 바다비오리가 보인다. 헝클어진 뒤통수 깃털이 귀엽다. 바람이 불어 파도가 치는데도 파도를 넘실넘실 탄다. 맞바람이 불어와 날아봐야 제자리이니 넘실거리는 파도를 타고 둥둥둥 흘러간다. 훨훨 나는 갈매기들 사이에 머리 쪽이 검게 변한 검은머리갈매기가 반갑다. 흔히 볼 수 있는 갈매기들 보다 체구가 작고 재빨라 자세히 관찰하기는 쉽지 않지만 훨훨 나는 괭이부리갈매기, 재갈매기 사이에 쒹쒹 날아가는 갈매기를 가만히 보다 보면 검게 변한 번식기 머리깃이 선명하다. 검은머리물떼새는 항상 두 마리씩 짝으로 다닌다. 당근색의 긴 부리를 갯벌에 폭폭 넣으며 먹이를 찾는다. 뭔가를 끌어 올려 모래를 털고 꿀꺽. 먹을 것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봄이 오면 찾아오는 저어새도 드디어 도착 했다. 노란 번식 깃을 뽐내며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가 왔다. 겨울이 되고 남쪽으로 간 저어새가 찾아오길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지난겨울은 잊기 힘든 겨울이 될 것이다. 비상계엄의 충격은 단결한 목소리로 윤석열 파면과 민주주의 회복을 외친 사람들의 불빛으로 당연히 마무리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겨울이 다 지나도록 기대했던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마음이 조급해지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나날들이었다. 그러는 사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가 전북지방환경청에 접수됐다. 탄핵으로 모든 이슈가 빨려 들어가던 3월. 전북지방환경청 앞에는 새만금신공항 백지화를 촉구하는 농성 천막이 세워졌다. 환경영향평가에는 수라갯벌에 사는 동식물에 대한 조사와 공항건설이 미칠 영향이 방대하게 들어가 있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면 환경영향평가는 통과되지 않아야 하지만 그런 일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 보다 더 어려워 대규모 건설사업의 면죄부를 준다는 평가가 허다하다. 환경청이 환경영향평가에 ‘동의’하면 사업이 시작되고 ‘부동의’하면 사업은 중단된다. 초조하게 파면을 기다리며 3월이 다 지나가고 문정현신부님과 평화바람은 환경청 앞에 천막을 하나 더 보탰다.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의견이 나오기 전’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심정이었다. 노사제의 농성 소식에 옛 동료들이 모인다. 뭐라도 하자, 새만금을 살리기 위해 뭐라도 하자는 마음들이 모여든다. 기다리던 파면선고.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박근혜가 가고 윤석열이 온 것을, 파면이 세상을 구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몇 번이나 찬란한 수라갯벌의 봄을 맞을 수 있을까. 가능하면 영원히 이 봄을 만나고 싶다. 그러하기에 내 한 몸이라도 거리에 나설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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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혜, 소현숙 한국옵티컬 노동자가 고공농성을 벌이는 시커멓게 불탄 공장 위로 눈이 퐁퐁 내렸다. 이날 박문진, 김진숙 노동자는 공장 위 동지들이 땅을 디딜 수 있게 “니토덴코가 고용 승계하라” 는 요구를 걸고 구미에서부터 서울까지 걷기 시작했다. 뚜벅이 투쟁단이 서울로 향하던 2월 13일,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 투쟁을 하던 고진수 지부장이 호텔 앞 도로 구조물에 올랐다. 그리고 한 달쯤 후 거제에서 배를 만드는 용접공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지회장이 한화 앞 30미터 높이 CCTV철탑에 올랐다. 노동자들이 고공으로 올라갔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사람들의 속은 쿵쿵 내려앉았다. 왜 노동자들은 자꾸 고공으로 올라가는 걸까? 내려오고 싶어서 올라간 고공은 노동자들의 불안하고, 위험한 일터와 처지를 닮았다. 한국옵티칼은 일본의 니토덴코의 자회사로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50년간 토지 무상임대, 법인세와 취득세 감면 등의 특혜를 받으며 구미에서 노트북, 휴대폰 등에 들어가는 LCD편광필름을 생산하는 공장이었다. 2022년 10월 공장이 전소하는 대형 화재가 발생했고, 니토덴코는 공장을 닫고, 노동자들을 내쫓았다. 노동자들은 평택에 있는 또 다른 자회사 한국니토옵티칼로 고용승계를 요구했지만 니토덴코는 거부했다. 공장이 불탄 것은 노동자의 책임이 아니지만 피해는 오롯이 노동자들에게 떠넘겨졌다. 노동자들은 “고용승계”와 “먹튀기업방지법 제정”을 요구하면 싸우고 있다. 세종호텔은 2021년 12월 코로나19를 핑계로 회사가 어렵다며 노동자들을 내쫓았다. 희망퇴직으로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회사를 나가고, 남아있던 노동자가 50명이 채 되지 않던 상황에서 회사는 민주노총 조합원들만 골라 정리해고 했다. 코로나19 종식 선언과 동시에 세종호텔은 흑자로 바로 전환이 됐는데도 노동자들의 복직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법원은 회사가 어려웠기 때문에 정리해고가 정당했고, 민조노총 소속 조합원들만 당한 해고가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고진수 지부장은 “복직 없이 절대로 끝나지 않는다”는 플래카드를 고공에 내걸었다. 2022년 6월 조선소 노동자들은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고 외치며 대우조선해양(현재 한화오션)에서 파업을 벌였다.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의 저임금의 위험한 장시간 노동이라는 현실이 드러났지만 지금까지 달라진 것은 없다. 노동조건을 개선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원청 한화오션은 노동조합 간부들에게 470억 원의 손해배상 제기, 수십 명의 노동자들을 형사 고발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 위험한 노동현장을 원청이 움직여야 바꿀 수 있지만 근로계약상 사용자가 아니라며 교섭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조선소 하청 노동자는 “더 이상 방법이 없기 때문”에 30미터 CCTV 철탑 위로 올라갔다. 기업은 그렇다 치고, 정부도, 법도 단 한 번도 노동자들의 편이 된 적이 없다. 계엄 이전에도, 파면 이후에도 외쳤던 노동자들의 짧고 선명한 요구를 긴 시간 벌여온 투쟁의 절박함과 정당함을 담아 뚜벅뚜벅 읽으며 적는다. “니토덴코는 한국옵티칼 고용을 승계하라!” “세종호텔은 정리해고 철회하라!” “한화는 약속을 지켜라!” “노조법 전면 개정하라!” “근로기준법 전면 개정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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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기다리던 가창오리 에코백이 나왔습니다! 갑자기 왠 에코백 얘기냐구요. 팽팽문화제에 갈 때마다 천막 아래 한 칸에서 월간수라와 이런 저런 물건들을 선보이고 있다는 걸 아시는 분은 아실 겁니다. 작년 ‘가마우지와 함께 춤을‘ 반소매 티셔츠를 시작으로 소량 다품종의 물건들을 만들어오고 있는데요. 일명 팽나무도요새클럽의 작당 중 하나입니다. 수상한 이름, 그들은 누구인가..? (다음 시간에....)
아무튼 팽도클이 만들고자 하는 물건들은.... 팽나무, 수라갯벌, 도요새와 더불어 이 곳에 서식하는 여러 존재들(가마우지, 염생습지식물, 저서생물)을 소개하고, 새만금 신공항 개발을 막기 위한 활동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자금 마련을 위함입니다. 작년 티셔츠부터 올 해 마스킹 테이프, 에코백, 노트를 만들었고 양말까지 준비하고 있는데요, 막상 판매금이 수익이 되기에는 한참 멀었습니다. 쓰면서 생각하니 후원 모금보다는 덕질에 가까운 활동이네요. 이 덕질과 모금을 희망하는 소박한 기대를 담아 본격 이름을 달아보고자 합니다. 수라도요하트, 아이수라유, 아이도요, 도요미, 위도요, 팽도클.....
이 팀의 이름이 어쨌든 물건을 만들어서 알리고 전하고 누군가 함께 할 수 있는 연대의 형태가 되면 좋겠다의 바람과 생산과 소비의 궤도를 타야 하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고민을 놓지 않고 그럼에도 계속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겠죠! 이 달의 팽팽문화제 후기는 팽팽문화제의 한 구석을 담아봤습니다. 그럼 다음 호에 다시 이어서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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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여인들이 둥글게 둘러앉았다. 아주 멀리 떨어진 고향 마을 모모스테낭고(*)에서 움베르토 아카발(*)이 그녀들에게 삼나무 밑에서 주운 마른 잎사귀 몇 개를 가져다주었다. 여인들은 각자 나뭇잎을 하나씩 귓가에 대고 가만히 바스러트렸다. 그러자 나무의 기억이 열렸다. 한 여인은 귓가를 간질이는 바람을 느꼈다. 다른 여인은 나뭇가지가 부드럽게 흔들리는 소리를, 또 다른 여인은 새들의 날갯짓 소리를 들었다. 또 다른 여인은 귀에서 비가 내린다고 했다. 또 다른 여인은 작은 벌레가 종종걸음으로 뛰어가는 소리를, 또 다른 여인은 목소리들의 메아리를, 그리고 마지막 여인은 느린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기억하는 나무’,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시간의 목소리”(후마니타스, 2011) *모모스테낭고: 과테말라의 토토니카관 주에 있는 유서 깊은 마을 *움베르토 아카발(Humberto Akabal(1952-2019): 과테말라 출신의 시인 과테말라의 낯선 시인의 이름을 검색창에 넣었다. 위키백과가 시인의 고향이 모모스테낭고라고 알려주었다. 시인의 모국어는 오래된 마야의 언어라고 했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갔다. 길거리 장사를 했고 짐을 옮겼다. 그의 할아버지는 경고했다. 책은 너의 영혼을 잃어버리게 할 수도 있다고. 그는 시의 세계로 뛰어드는 모험을 선택했다. 그의 어머니는 뒷배가 되어 주었다. 그는 조상의 전통을 단어에 심고 있다고. 과테말라의 오래된 나무가 일곱 명의 여인들에게 속삭인다. 목소리는 시인이 전해준 마른 잎사귀에 담겨 있었다. 여인들의 귓가에는 각자 다른 소리가 바스락거리지만 나무의 기억은 온전하게 우리에게 전달된다. 그들이 둥글게 둘러앉았기 때문이다. 600년 팽나무 아래에 우리는 둥글게 둘러앉는다. 어느 시인의 속삭임을, 어느 학자의 중얼거림을 펼친다. 종이에 찍힌 활자는 날개를 입는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촉촉한 목소리를 얻어 팽나무 귓가에도 닿는다. 시끄러운 글자만큼 죽은 듯이 보였던 내 목소리도 숨을 얻는다. /끝
팽팽문화제 1시간 전에 모여 책을 읽는 ‘팽팽60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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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목의 멋쟁이들
지난 3월, 기후위기 때문인지 때가 되어 풀린 건지 바람이 좀 불지만 따뜻한 날이었다. 팽팽문화제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부터 하제로 향했던 이유는 봄맞이 나물을 캐기 위해서였다. 팽나무 주위를 빙 둘러 걷다보면 냉이가 많이 자라있을 거라는 이야기에 몇몇 사람들이 모였다. 각자 손에 과도 하나, 봉지 하나씩 들고서 옹기종기 냉이와 쑥을 찾으러 다녔다. 처음에는 당최 뭐가 냉이고 뭐가 들풀인지 구별하기 어려웠지만 서로 서로 “냉이는 뿌리에 가까운 줄기가 빨개” “얇고 긴 잎사귀 달린 게 냉이야” 하면서 알려줬더니 나중에는 척척 구분할 수 있었다. 즐겁게 봉지를 채우고서 문화제를 즐기러 갔다. 그날 팽팽문화제에서 먹은 냉이된장수제비의 맛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정말 맛있었다...
문화제를 마치고 나랑 뱅어, 사이다는 걸어서 평화바람 집까지 가기로 했다. 별다른 이유는 아니고 날이 좋아서 담소나 나누며 여유로워볼까 싶었다. 차가 없어 걷는 줄 알고 모두가 원한다면 태워줄 수 있다는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었지만 사양했다. 잠깐 걸었을까, 옆에 있던 뱅어가 미군기지 안쪽에 있는 높다란 철 구조물 꼭대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게 뭐지? 둥지인가?” 나는 “에이 저기에 둥지가 왜 있어.” 하면서도 가방에서 작은 쌍안경을 꺼냈다. 자세히 보았더니 정말 새가 지어놓은 둥지였고, 심지어 옆에 둥지 주인이 지키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키 큰 나무가 없어서 저 철탑에 찾아갔나보다 싶어 조금은 씁쓸했지만, 나름대로 높은 곳을 잘 찾아서 지었구나 했다. 냉큼 사진을 찍었다. 쌍안경에 핸드폰 카메라 렌즈를 어설프게 맞추고 찰칵찰칵 몇 번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화면에 뭐가 휙 지나가는 걸 얼핏 보았는데, 찍힌 사진을 확인해보니 날개를 펼치고 하강하는 맹금류의 모습이 아주 명확하게 찍혀있었다! 우리는 저녁 시간에 늦어버렸다. 먼저 도착해있던 분들과 같이 밥을 먹으며 우리의 재미난 순간포착을 공유했다. 그리고서는 새 도감을 뒤적였다. 우리가 만난 새는 황조롱이였다.
하제를 수라를 또 다른 곳들을 다니면서는 늘 사라지는 것들보다 살아가는 것들이 많은 땅이기를, 하는 마음이 자라난다. 하제를 걸어 다니며 길목에서 발견한 맛난 냉이와 훨훨 황조롱이가 주는 ‘살아있음 에너지’가 소중한 이유다. 아직 만나지 못한 멋진 것들이 주변에 더 있을 테다. 다음에 또 다른 멋쟁이를 만나러 가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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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의 주인공_인디
팽팽문화제에는 어떤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을까요? 팽팽문화제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슬쩍 들른 사람들, 얼떨결에 오게 된 사람들, 매달 꾸준히 참여하는 사람들…그 중 매달 한 사람을 가볍게 붙잡아, 찰나처럼 나눈 이야기를 전합니다. 즉석에서 바로 따서, 100%로 착즙한 싱싱생생한 이야기를 싣습니다.
Q. 팽팽 3분 인터뷰 첫 번째 인터뷰 주인공이네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A. 팽팽 웹자보를 만들고 있는 인디라고 합니다. 사과나무라는 편집디자인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이고요. 최근에는 새에 관심이 많아져서, 여기저기 새를 쫓아다니고 있습니다.
Q. 어떤 새를 특히 쫓아다니고 있나요?A. 겨울엔 가창오리를 쫓아다녔어요. 거의 한 달 동안, 하루에 서너 시간씩 밖에 나가서 가창오리를 봤습니다. 최근에는 그 가창오리들이 시베리아 툰드라 지방으로 날아갔다고 하더라고요. 가창오리가 떠난 후에는, 곧 날아올 도요새를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Q. 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A. 예전부터 생태에 관심이 많았어요. 풀, 꽃, 나무, 동물 다 좋아했고요. 특히 새에 빠지게 된 계기는 가창오리를 우연히 보고 나서예요. ‘신이 준 선물’ 같았어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걸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팽팽문화제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요? A. 청주의 '생활교육공동체 공룡'과 함께 ‘난리법석’이라는 프로젝트를 했었어요. 군산 미군기지 확장 반대 활동을 하는 미디어 프로젝트였는데요, 그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자리가 제1회 팽팽문화제였거든요. 첫 번째 문화제부터 함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계속 참여하게 되었어요
Q. 오늘 기분은 어때요? A. 너무 좋아요. 겨울철새는 좋아하지만 겨울은 너무 추워서 힘들거든요. 그런데 요즘 날씨가 포근해졌잖아요.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기쁘고, 어제 오랜만에 좋은 사람들과 술 한잔 했거든요. 그래서인지 기분이 더 좋아요.
Q. 인디에게 팽팽문화제란? A. 갑자기 떠오른 표현인데요,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가창오리 군무’ 같아요.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흥겹게 추는 댄스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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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시작하는 어떤 계기가 있는 것 같다.
단순히 달력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삶의 어떤 계기들이 시간의 흐름을 각인시킨달까?
나에게 진정한 한 해의 시작은 어쩌면 3월의 팽팽문화제를 준비하면서 시작되는게 아닌가 싶다. 2월이 되면 시작하는 공룡의 감자농사 준비를 하면서 밭에 자란 냉이를 좀 캐면서 다음 달에는 팽팽문화제에 가서 냉이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어머니께서 농사 지으시는 텃밭을 정리하면 어머니께서는 하루 종일 텃밭 주변의 냉이들을 채취하신다. 그렇게 냉이들이 모이면 씻고 데쳐서 냉동고에 넣어두면서 봄은 시작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 냉이를 보면서 다음 달에는 무슨 요리를 할까 ? 그리고 나는 어떤 마음으로 올 한해 팽팽문화제를 하러 군산에 갈 것인지를 가늠해보는 것이 진정한 한 해의 시작이 아닌가 싶다. 매번 3월의 팽팽을 준비하면서 고민은 따뜻한 간식을 준비해야한다는 고민거리가 있다.
야외활동을 하기에 좋은 날씨이긴하지만 뭔가 쌀쌀하고 움츠려들게 만드는 3월의 바깥 날씨에서 50인분 이상의 간식을 준비한다는 건 어쩌면 따끈한 국물 한 모금을 준비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군산으로 출발하는 새벽에 일어나서 전날 해동시켜 놓은 냉이를 믹서기에 넣고 거칠게 갈았다. 그리고 밀가루에 넣어서 녹색의 수제비 반죽을 만들어 놓았다. 냉이수제비 반죽을 할때는 일반적인 수제비 반죽과는 다르게 들기름을 넣어서 함께 반죽을 해준다. 오래두어도 찰기를 유지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반죽 안에 스며든 냉이의 맛을 좀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냉이수제비를 끓일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당연히 냉이겠지만 실은 된장이 중요하다.
나는 보통의 수제비나 칼국수 등에는 된장을 잘 안 쓰는 편이지만 냉이의 맛을 가장 잘 살려주는 것은 된장이어서, 냉이로 요리를 할 때는 된장을 잘 풀어서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냉이무침을 하거나 냉이튀김을 한 후에 찍어먹는 소스를 만들 때도 가급적 된장을 가미하는 편이다. 하지만 보통 다른 요리를 할 경우 된장을 잘 쓰지 않는다. 된장자체가 자신만의 맛이 뚜렷해서 미묘한 맛을 조절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물무침처럼 각각의 고유한 맛을 무던하게 보조하는 정도로 사용하기에 알맞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지난 몇 년 동안 참여하고 있는 미군기지반대를 위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이루어내려고 시작한 팽팽문화제는 언제나 각자의 뜻과 의지들, 색깔들을 가지고 각자의 역할들을 묵묵히 해오는 수많은 활동가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에 기대어 지속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각자의 몫을 자신의 색깔대로 만들어나가면서도 묘하게 서로 어우러지는 맛의 향연이랄까?
그렇게 다들 약간의 쌀쌀한 날씨에도 뜨끈한 냉이수제비 한 그릇씩을 나누어 먹으면서 2025년 한 해 동안 우리가 해야 할 전쟁반대와 평화연습을 위한 일상적 활동으로서의 팽팽문화제의 한 쳅터를 쓰고 있는 시간들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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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본다 그 긴 세월 동안 애타는 곳에서 숱한 싸움을 하신 신부님 거리의 신부님이시지 않는가 얼마나 많은 절망과 얼마나 많은 아픔과 얼마나 많은 상처들이 가슴 가슴을 헤집었겠는가 그 긴 세월의 염원 끝내 포기할 수 없어 세월이 무색하게 마지막 불꽃같은 세월을 보내신다 신부님의 세월 아리다 마지막 같은 그 열정이 아리고 아리다 평생의 염원이었을 평화 그 긴 세월의 염원 평화가 가득 차길 빌어 본다 어쩌면 이미 평화한 신부님의 열정 안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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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신공항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촉구 천막농성과 선전전 일시 : 월-금(8시, 12시, 18시) 장소 : 전북지방환경청 앞 수요일-팽수의 풍물놀이, 목요일-새모자만들기워크숍, 금요일-수라갯벌 새 키링 만들기
매주 금요일 작은 문화제 ‘뭐라도 하고 싶은 사람들의 참여 환영’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를 위한 목요선전전 매주 목요일 16시 40분 ~ 17시 30분
한길문고 사거리 앞
새만금신공항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촉구 2차 결의대회 일시 : 4월 24일 (목) 장소 : 전북지방환경청
52회 팽팽문화제 일시 : 4월 26일 오후 3시 장소 : 군산 하제마을 팽나무 아래에서
군산평화박물관 미군기지 정기답사 일시 : 5월 3일 오전 10시부터 코스 : 남수라마을 ~ 하제 포구까지 (미군기지 서편)
새만금국제공항 취소소송 선고공판 일시 : 5월 15일 오후 1시 55분 장소 : 서울행정법원 B2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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