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목소리, 빛나는 노래
쪽쪽 뾱뾱 꾹꾹 꾹꾹꾹!
금개구리가 노래부릅니다.
뜀뛰기 실력 별로지만
목소리도 작지만
금개구리가 빛나는 노래를 부릅니다.
아름다운 오월, 아름다운 수라, 아름다운 존재들!
새만금 수라갯벌에 공항 짓지 말아요.
전투기를 위한 활주로 不同意!
전쟁 不同意, 자연훼손 不同意!
도요새가 날아오고,
금개구리, 흰발농게가 사는 수라갯벌 同意!
작으면 작은대로 크면 큰대로 덩실덩실,
정의와 평화가 꽃피는 세상 同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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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개구리
Pelophylax chosenicu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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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고유종인 금개구리는 무미목 개구리과에 속하는 양서류이다. 배면, 눈 뒤에서 등면으로 난 두 줄의 융기선 등 몸 곳곳이 금빛을 띠어 금개구리라 불린다. 정제된 담수역을 주된 생활환경으로 삼는다. 서식 장소는 농지 주변 웅덩이, 논 등이며 산란 장소는 논, 저습지 등, 동면 장소는 논둑, 습원 등이다. 동면지는 번식지에서 가장 가까운 언덕쪽으로 이동하여 선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월이면 동면에서 깨어나 5~6월까지 서식했던 장소에서 그대로 번식하고, 10월이 되면 논둑, 주변 제방, 농경지 부근의 밭에서 흙에 파고들어 동면한다. 수면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곤충류 등을 잡아먹고 살며, 수변의 수생식생 군락지에서 은신한다.
금개구리는 과거엔 한반도 서해안 지역의 논, 습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되었다. 금개구리 개체군의 위협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개발(매립, 택지 조성 등)로 인한 서식지 감소, 경작 방식의 현대화에 따른 서식지 변형 및 생태적 단절, 외래종 유입이다. 금개구리가 살아가기 ―먹고, 숨고, 숨쉬고, 번식하고, 잠자기― 위해서는 물뭍동물답게 물, 물-육상 생태계의 연결성, 정수식물*, 행동권이 확보되는 일정 면적 등이 필요하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위에서 제시된 세 가지 이유가 이 필요조건들과 연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2007년, 평택미군기지 확정 예정지였던 팽성읍 대추리에서 금개구리가 발견되어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에서 서울대 수의학대학 용역팀에 포획과 서식지 이전을 의뢰해 2년 동안 올챙이를 포함한 금개구리 1천 500여 마리를 포획했다. 그리고 포획한 개체들을 대체서식지인 현덕면 덕목리의 덕목제 습지에 방사하였다. 이후 대체 서식지에서 10여 년에 걸친 모니터링을 실시했으나 그 수가 매우 큰 편차로 오르내리더니 2017년도에는 단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2021년, 수라에서 금개구리가 집단 번식하고 있는 것이 밝혀져 사람들을 설레게 했다. 시민단체가 조사한 결과 9곳의 물웅덩이와 주변지역 약 4,000㎡ 면적에서 금개구리 성체와 올챙이, 알이 발견된 것이다. 그런데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새만금신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에는 그 존재함이 누락되어 있어 많은 시민들이 분노하기도 했다. 흰발농게의 처지도 마찬가지였다. 수라갯벌은 그간 정부가 새만금산업지구, 남북2축도로, 수상태양광발전사업 등 새만금 개발 공사를 할 때마다 대체 서식지로 지정되었던 곳이다. 이곳이 개발되면 금개구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흰발농게는 어디로 가나?
2007년 대추리에 살던 금개구리와 2021년 수라에 살던 금개구리의 삶을 생각해 본다. 연예기사의 근거없는 평행이론을 방불케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길 바라며 새만금신공항 착공 여부가 판가름날 전북지방환경청의 결정을 지켜볼 것이다.
* 정수식물: 물에 사는 식물이나 얕은 물에서 자라며 뿌리는 물 밑의 토양 중에 있고 잎이나 줄기의 일부 또는 대부분이 공중으로 뻗은 생활형 식물을 말한다. 갈대, 줄, 부들, 애기부들, 가시연꽃, 연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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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고 싶다, 수라 하늘!
하늘은 끝없이 넓고 바람으로 가득합니다. 그런데 날아다닐 장소가 없어요. 자유롭게 날아다니라고 한들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없는 현실. 새들은 하늘이 있다고 어디든 날지 않습니다. 날 수 있는 길이 딱 정해져 있죠. 수라갯벌에서 벌어지는 인간 세상의 일들이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사람은 가슴이 답답한 일이 생기면 숨조차 쉬기 어렵습니다. 한 걸음 떼기 어려워 갈 곳을 잃기도 하죠. 입이 있어도 다 말하지 못하는 세상에서,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비인간동물의 삶에 좀더 귀기울이게 됩니다. 저어새가 수라갯벌을 찾아와 쉬고 있는 동안 우리는 편히 그를 바라볼 수 있을까요. 그가 우리를 보는 순간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생각의 무게는 같은데요. 저어새가 수라갯벌을 보며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거라고 봅니다. '참 아름답다. 이곳에서 날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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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 가득한 수라의 봄
까치나 까마귀, 참새 소리는 들어 봤어도 민물도요나 흰물떼새, 흑꼬리도요, 검은머리물떼새, 쇠제비갈매기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기에 수라에서 새소리가 들리면 도대체 누구의 소리인지 너무너무 궁금하다. 요즘처럼 도요물떼새들이 많은 날에는 도대체 뭐가 뭔소리인지 알길이 없다. 뾰뾰뾰, 삐삐삐, 삐익삐익. 같기도 다르기도 한 소리들이 멀리서, 머리 위에서 한참 떠돌다 갯벌에 자리를 잡는 한 무리의 새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가슴에 큰 물음표 모양을 갖고 있는 검은가슴물떼새, 작은 물음표를 갖는 개꿩, 여전히 민물도요와 흰물떼새, 흰목물떼새는 갯벌을 바삐 움직인다. 오호, 긴 다리로 쭉쭉 걸어오는 장다리물떼새도 보인다. 붉고 긴 다리로 갯벌을 성큼성큼 걸어 먹이활동을 하는데 그 옆으로 청다리도요가 있다. 세수를 하는 듯 물을 끼얹기도 하고 깃털을 가지런히 정리한 모습이 꼭 선비님 같기도 하다.
좀 크고 통통하고 전체적으로 붉은 빛인데 부리가 곧다. 크고 붉은 빛이 도는 도요는 큰뒷부리도요인가? 하고 먼저 생각해 보는데, 부리가 곧잖아. 이름을 알고 싶은 강렬한 욕구는 결국 조금 뒤로 휘었나? 하는 의문을 품게 한 채 집으로 가게 한다. 새사전을 뒤지고 오동필쌤에게 물어본 후 흑꼬리도요라는 이름을 알게 됐다. 그제야 부리 끝과 꼬리 끝에 검은 색이 선명하게 보인다. 도요물떼새들은 그 종류와 이름이 다양하고 생김새도 비슷한 부분이 많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방문한 손님들에게 이름을 잘못 가르쳐 줬다가 다시 정정한 적도 많다. 아직은 배워가는 단계이니 이해해 주시리라.
한참을 보고 있는데 계속 시끄럽게 떠든다. 쇠제비갈매기가 수면으로 다이빙 하며 서로들 내는 소리가 수라 안에 가득하다. 제비와 비슷한 모습이지만 전체적으로는 흰색에, 얼굴에 고글을 쓴 것처럼 눈 주위가 까맣고 부리가 노란색이다. (부리 끝은 검은색이지만) 쇠제비 갈매기들이 서로 뭐라고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덩치도 작은 새가 목소리는 참 우렁차다. 크기가 큰 새들이 내는 소리는 잘 들을 기회가 없는데, 작은 새들은 연신 뭐라고 뭐라고 한다. 뭔가 먹을 것이 있나 싶어서 갯벌을 망원경으로 들여다봤다. 여기저기 게구멍이 보인다. 집의 주인인 칠게가 슬쩍 나왔다 들어간다. 바닷물로 촉촉이 젖은 갯벌 사이로 작은 게들의 흔적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 옆에 퉁퉁마디, 해홍나물 새싹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봄의 소리들로 가득한 수라에 새들도 식물들도 게들도 한참 봄맞이로 분주하다. 소리만 들어도 어떤 새인지 알 수 있으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텐데. 나 자신의 무지가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수라에 들면 가능한 인간은 조용히 해야 한다는 것쯤은 이제 알고 있다. 천천히 조용히 숨죽인 채 다가가야 자세히 가까이 볼 수 있다. 인간의 소리가 클수록 자연은 멀어진다.
5월 15일* 새만금 국제공항 취소소송 1심 선고가 있다. 여러 재판으로 떠들썩한 요즘이지만 이 재판 역시 많은 관심을 받아야 할텐데. 아마도 ‘더 큰’ 정치적 이슈로 조용히 지나가겠구나 싶어 안타깝다. 재판은 인간의 세계에는 어떤 판단의 근거가 되겠지만 자연의 세계에도 그럴까? 수라의 봄을, 생명의 봄을 앗아갈 순 없을 거다. 그들의 판단은 오로지 수라를 알고보고 사랑했던 인간의 마음에 대한 판단일 것이다. 그러나 어찌 사랑을 막을 수 있으랴. 오늘도 전북지방환경청 앞에선 문정현신부와 활동가들이 서각기도를 하며, 피켓을 들고 노래를 하면서 수라의 생명을 지키려 한다. 가장 큰 사랑의 표현인 파괴되는 다른 존재들을 위한 정의로운 분노의 마음으로. 봄은 왔고 봄은 우리에게 부지런히 움직이라 말한다. 수라의 갯벌의 무수한 존재들처럼.
* 5월 15일 예정되어 있던 재판이 7월 10일 변론 재개로 바뀌어 진행될 예정입니다. 조류충돌 위험성과 관련하여 원고측의 변론재개 요청이 있었고 이를 재판부에서 받아 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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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자, 해고자, 노동자, 이명자
저는 소원주간보호센터에서 일하는 이명자입니다.
직장에서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려고 직장협의회를 만들었는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다가 부당해고를 당했어요. 4월 29일에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 해고가 맞다는 판결을 받았어요. 그런데 이틀 후에 계약 만료 해지 통보로 또 해고됐습니다. 그날 이후에 다시 부당 해고를 다투고 있습니다.
여기는 노인 재가복지시설 주간보호센터여서 건강보험공단에서 100% 공단에서 보조를 받는 업체인데 투명하게 운영을 안해요. 직원들한테 시간 외 일을 시켜놓고 그 돈을 안 주거나, 인건비를 착취하는 거죠. 아파서 병원에 다녀와도 병가 처리를 안 해주고, 또 어르신들 밥값으로 장난쳐서 부당하게 더 받고.
그런 애로사항을 바꿔보자 해서 작년 9월 24일에 직장협의회를 만들었고, 우리 내부 규정에 고충처리라는 게 있는데 10월에 문제점들을 쭉 해서 센터장을 줬어요. 그때부터 이제 제 괴롭힘이 시작했죠. 12월 2일에 문제점들은 어느정도 합의를 했는데 내가 주동했다고 계속 괴롭혔어요. 직원들이 센터장한테 도전했다 이거요.
우리가 1년짜리 계약인데 1차 합의 후에 2월에 한명, 3월에 두명, 4월에 저 이렇게 계속 차근차근 자르고 있어요. 4년 동안 62명 직원이 관두거나 해고됐어요. 센터장한테 조금 싫은 소리하면 그러는 거야. 여기는 어르신들 돌보는 노인 복지시설이잖아요. 직원들이 행복하면 그 마음이 어르신들한테 전달되는데 그런 마음이 안들죠. 지금도 직원들한테 직장협의회를 해산하면 계약기간 연장해준다고 하면서 그렇게 계속 괴롭혀요. 5공 시절보다 더해.
처음에 괴롭힘을 당하고 해고 당했을 때는 잠을 못자고, 정말 힘들었어요. 작년 9월부터 제가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했는데 센터장하고 같이 책상을 맞대고 앉았으니까 날마다 힘들었죠. 해고되고 나서 4월 29일 부당해고 맞다 판결이 나서 그 때 제가 평정을 찾았어요.
전북유니온 도움으로 같이 살자고 싸우고 있고, 여러분들 앞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서 너무 감사해요. 여러분이 주변에 복지센터 어르신들, 또 편찮으신 어르신들 좀 한번 눈여겨보시면 저는 그걸로 좋겠다 생각됩니다.
5월 7일 수요일 낮, 전주 송천동 소원주간보호센터 앞 인도에서 해고 노동자, 사회자, 유인물 배포, 노래 공연, 단순 참여자 5명이 아담하게 시작한 집회. 뭐 이렇게 따뜻한가 싶었던 집회.
해고자 이명자님은 <임을 위한 행진곡>도 <함께 가자 이 길을>도 가사가 적힌 종이를 더듬어가며 부르고, ‘이 나이에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길거리에서 마이크를 잡고 말하는 것도 어색하지만 햇빛만큼 환하게 웃으며 ‘같이 살자’고 싸운다. 매주 목요일 오후 3시 30분에 송천동 나무 그늘 아래로 연대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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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록의 싱그러운 팽나무 나뭇잎이 파란 하늘과 사이좋게 손잡은 듯한 4월의 봄날, 제 52회 팽팽문화제(2025.4.26.)는 백기완 노나메기재단과 함께 했습니다. 하제 버스정류장에서 팽나무까지 가는 길엔 두릅나무 가지끝에 새순이 먹음직스럽게 올라와있고 화려한 분홍빛 복사꽃이 발걸음을 붙잡아 설레는 마음이 일었습니다.
신학철 화백(백기완노나메기재단 이사장)과 문정현 신부(평화바람)의 여는 말씀으로 문화제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판소리 명창인 임진택의 소리, 이덕우의 시 낭송, 명진 스님의 노래, 이시백 소설가의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장순향 춤꾼의 생명춤은 모든 참가자들이 팽나무 주위에 모여 함께하여 더욱 의미가 있었습니다. 딸기는 처음 오신 손님들을 위해 팽팽문화제에 대해 소개하고, 새만금신공항 사업 부동의를 촉구하는 전북환경청 앞의 천막농성을 사람들에게 알리기도 했습니다.
딸기, 오이, 반디, 인디 등이 열심히 후라이팬 돌리며 만들어주신 봄나물전, 도토리(취나물/미나리)전, 부추전의 기름 냄새가 잔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가운데 영길샘의 새우 감바스와 빵까지 합세하여 사람들은 뱃속도 마음도 후하게 채우며 팽팽문화제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인심이 후해진 손님들 덕에 월간수라 인쇄본, ‘수라의 새’ 열쇠고리, 손수건은 완판! 새로운 굿즈인 4종 수첩 세트도 절찬리에 판매되었습니다.
새로온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의 목소리, 계절음식이 풍기는 냄새, 춤과 노래가 만들어내는 반향 등이 이번달에도 팽나무 어르신 주변에 활기찬 난장을 만들어냈기를 바랍니다. 그 난장에서 비롯된 생명의 기운이 보다 많은 이들을 팽팽문화제로 불러들일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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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회 팽팽문화제는 백기완 노나메기재단이 함께 했다. 이에 팽팽60분에서 백기완 선생의 『버선발 이야기』를 발췌하여 함께 읽었다. 가진 것 없이 맨발, 벗은 발로 나고 자란 ‘버선발’이 ‘다 같이 잘살되 올바로 잘사는 노나메기’라는 결론에 이르는 이야기다. 버선발은 땅 한 뙈기가 없어 살기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바다를 없애 땅을 만든다. 누구든 작대기만 꽂으면 제 땅으로 쳐주었다. 그러나 ‘내 거’를 외치는 사람의 속성 앞에서 바다만큼 넓은 땅이 있어도 무용지물임을 깨닫는다. 만경강 동진강을 막아 땅 만들겠다는 30년 전 계획을 고집하는 사람들과 그 부분을 함께 읽어보자.
웬 할아버지는 작대기는 아니 꽂고 바닷물이 빠져 나가다가 검부러기에 막힌 물꼬를 다시 트고 있다. 버선발은 너무나 제 뜻 같질 않아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니, 할아버지께서는 거기서 뭔 물꼬를 다시 트고 계신 겁니까?” “거 몰라서 묻는 거요? 바닷물이 다시 들어올 수 있도록 해보는 겁니다.” “바닷물을 다시 들어오게 하다니요. 사람들이 바다를 없애고 땅을 만들었다고 저리들 좋아들 하는데.”
버선발이 이렇게 말을 하자 그 할아버지는 주섬주섬 다가서더니
“여보시오, 거 넋살(정신) 좀 바로 하시우. 이렇게 바다를 없애버린 건 바다의 목숨을 죽인 겁니다. 바다를 사는 그 숱한 물고기들과 바다 물풀들을 다 죽이고, 나아가 이 바다를 살던 고기잡이들과 뱃사공들도 죄 죽이고. 다시 말하면 마땅쇠(결코) 죽여서는 안 될 이 누룸(자연)을 죽인 내주(용서) 못할 사갈(죄)를 저지른 겁니다, 사갈... 알겠어요? 언젠가는 그놈을 갖다가서 목을 치되 한두 술(번)만 쳐선 안 될 겁니다. 그저 열 토막, 스무 토막, 아니 서른 토막, 발(백) 토막으로 앙짱(박살)을 내야지. 그리하여 다시 살아난 바닷고기의 한 끼 밥이 되도록 바다에 처넣어야 한다구요, 알겠어요?”(158쪽)
백기완 선생은 그 옛날 글을 모르던 사람들이 먼 나라의 말을 알았겠느냐면서 이 책에서 한자어와 영어를 한마디도 쓰지 않는다. 그런 이 책에 ‘하제’라는 단어가 여러 번 등장한다. ‘하제’는 순 우리말로 ‘희망’을 뜻한다. 맥락에 따라 ‘내일’, ‘새벽’을 의미하기도 한다. 매달 하제마을을 찾는 우리의 걸음에 신바람이 실린다.
팽팽문화제 1시간 전에 모여 책을 읽는 ‘팽팽60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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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의 주인공_오이
52회를 이어온 팽팽문화제. 하제마을 600년 팽나무 그늘 밑으로 사람을 모아 평화의 춤판을 만들고 환대하기 위해 미리 터와 장을 마련하는 분주한 손길이 있다. 다음 오는 사람 위해 앞서 걸어온 발길이 보다 안전한 길을 내었다. 드러나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어느 곳에나 있는 세심한 살핌의 눈길까지. 그렇게 꾸준히 이어온 팽팽문화제의 뒤켠에서 준비하는 이를 만났다. 평화바람에서 일하는 활동가. 활동명은 오이. 오십이번째 팽팽문화제에 이보다 잘 어울릴 수 없다! 손사레를 치며 극구 인터뷰를 사양하는 오이에게 다짜고짜 물어본 세 개의 키워드.
- #평화
평화? 평화는 바람이지^^
평화는 힘든 겁니다. 힘든 것. 매일 잡혀가고 싸우고 구속되고...
그렇기 때문에 혼자 못하는 거고요. 그래서 저는 같이 합니다.
- #바람
평화바람이 새만금신공항 백지화 천막농성하고 있으니까 이제 끝나면 좋겠죠. 새만금신공항 환경영양평가 부동의 되면 천막농성도 마무리되겠죠? 현실적으로 그게 어렵다고 하면 전북지방환경청 앞 천막으로 같이 하는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팽수
팽나무 팽팽문화제에 오는 분들이 만든 풍물패입니다. 매번 문화제 1시간 전에 풍물 연습을 하고 정월대보름문화제처럼 풍물이 필요한 순간 어김없이 나타나 흥을 북돋아 줍니다. 그리고 새만금신공항 백지화 천막 농성장에 매주 수요일마다 와서 지방환경청 앞에서 노래바꿔부르기 연습도 하고 같이 부르고 전파하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또 하나! 팽수는 굉장한 능력이 있습니다. 팽나무 아래서 풍물 가락을 배운단 말이죠. 배우는 시간 동안은 가락을 완전히 익혀요. 다시 한 달 후에 모이잖아요. 그럼 완전히 싹 까먹어서 새로 시작합니다.
팽수는 늘 새롭게 시작하니 언제나 누구에게나 열린 곳이라는 오이식 회원모객 농담으로 초스피드 인터뷰를 마쳤다. 군산 미군기지 옆 하제마을 팽나무 아래로, 전주 새만금신공항 백지화 천막으로 하나둘 사람들이 모이는 발소리가 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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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문화제 4월 메뉴는 매해 봄나물전이다. 하제가 주는 선물 같은 각종 나물과 하제를 지키며 일상을 살아가는 평화바람 활동가들이 수고를 들여 준비한 두릅과 가죽나물 등등 봄나물을 참가자들이 직접 전을 부쳐먹는 방식으로 해마다 준비한다. 팽팽문화제 먹거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4월은 사실 가장 할 일이 없는 달이다. 그래도 왠지 아무것도 하지 않기는 좀 그래서 스페인 요리인 새우감바스와 찍어 먹을 수 있는 빵을 준비했다. 투쟁현장에서 흔히 선택하는 요리가 아니다 보니 의외로 참여자들의 반응이 좋아서 준비한 나로선 흐뭇한 마음이었다. 아무도 모를테지만 가장 많이 신경썼던 것은 실은 도토리가루다. 공룡에 얼마 남지 않은 도토리가루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산이었다. 몸과 마음이 무너져 사실상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하시고 주어진 시간만을 부여잡고 생명을 연장하고 계시던 아버지께서 그래도 가을에는 힘을 내셔서 집주변 참나무 아래 도토리를 매일매일 검은 비닐 한 봉지 정도 꾸준히 주워오셨다. 그렇게 몇 말의 도토리가 모아지면 내가 방앗간에 들고 가 거칠게 빻아오고, 첫 물을 부어드렸다. 그 후 아버지께선 한 마디도 않으시며 이틀 동안 적절한 물을 부어 도토리의 떫은 맛을 빼내는 작업을 마치면 어머니께서 물을 부어 고운 천으로 내리셨다. 그렇게 지난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도토리가루는 어머니에게는 가족들이 먹을 도토리묵 재료가 되고, 나에겐 그저 간단하게 향이 나는 채소와 함께 전을 부치는 재료로 쓰였다. 공룡에 남은 마지막 도토리가루를 보며 혼자 먹기보다는 좀더 좋은 곳에 쓰였으면 하는 마음이 늘 있었는데, 마침 이번 하제 봄나물전을 만드는데 쓸 수 있어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에 남는 어떤 불편함이 있다. ‘연대의 현장에서 개인적인 욕망의 발현은 어떤 의미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하며 든 솔직한 자기합리화는 ‘결국 모든 요리에는 수많은 노동이 들어있고, 그런 노동을 일일이 거론하자면 음식 자체가 너무 무거워진다’는 거다. 굳이 그 속에 포함된 노고를 일일이 상기하기보다 ‘그저 같은 시공간안에서 함께해서 좋다는 느낌 정도만 확인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달까? 그런 의미로 ‘내 마음 안에 그저 아버지와 함께했다는 그런 작은 위안을 얻어가는 정도는 허용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게 과연 옳은 선택이었을까?’라는 불편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나는 투쟁현장 연대에서 참여자로서 혹은 활동가로서 현장을 자신의 욕망 실현 도구로 이용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현장에서 일상적 활동과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몫을 자기가 취하려는 욕망만큼 현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일이 없기에 스스로 항상 경계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준을 설정하는 작은 권력이 나에게 있다는 게 정당한 일일까?’라는 생각도 솔직히 들기에 조금 불편함이 남는다. 늘 그렇듯 팽팽문화제 음식을 만드는 일은 좋았지만 한편으론 불편해진 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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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신공항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촉구 천막농성과 선전전 일시 : 월 ~ 금 (8시, 12시, 18시) 장소 : 전북지방환경청 앞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를 위한 목요선전전 매주 목요일 16시 40분 ~ 17시 30분
한길문고 사거리 앞
미군기지우리땅찾기 수요집회 일시 : 5월 14일 (수) 오후 2시 장소 : 군산미군기지 정문
제1회 하제방문의 날 일시 : 5월 14일 (수) 오후 3시 장소 : 하제 버스정류장 앞
수라갯벌을 지키는 기도와 몸짓 일시 : 5월 16일 (금) 오전 8시 장소 : 전북지방환경청 앞
53회 팽팽문화제 일시 : 5월 24일 (토) 오후 3시 장소 : 군산 하제마을 팽나무 아래
수라갯벌을 살리는 <아,수라 장터>와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 문화제 일시 : 5월 31일 (토) 오후 2시 ~ 오후 6시 장소 : 전북지방환경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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