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호령하는,
무서울 것 없는 최상위 포식자 검독수리가 전쟁터를 피해 더 많이 더 오래 더 힘들게 돌고 돌아 새만금에 왔습니다. 포탄이 터지고, 비명소리와 고통이 난무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군인과 아이, 토끼와 고양이, 생쥐를 구분하지 않고 검독수리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지구 이편의 웃음소리가 지구 저편의 울음소리를 외면하지 않도록
바람을 일으킵니다. 마른 갯벌에 생명을 살리는 파도를 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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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목 수리과에 속하는 검독수리는 몸길이가 66~90cm, 날개를 펴면 180~234cm까지 달하는 대형 맹금류입니다. 전체적으로 짙은 갈색을 띠는데 다른 수리류에 비해 색이 검게 보여 검독수리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영어 이름은 Golden Eagle(황금 수리)인데 뒷머리에서 목 부분에 이르는 황갈색이 햇빛을 받으면 황금빛으로 두드러지기 때문입니다. 어린 검독수리는 성체에 비해 더욱 검게 보이며 날개 가운데와 꽁지깃 안쪽이 흰색입니다. 부리는 갈고리 모양처럼 밑으로 굽어졌으며 검은색입니다. 암수가 같은 빛깔이나 크기는 평균적으로 암컷이 더 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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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지난 겨울(2024) 우리나라에 찾아온 검독수리 ⓒ김연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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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독수리는 토끼, 다람쥐, 꿩, 오리류 등을 사냥하여 먹습니다. 수리류 중 가장 사납다고도 알려져 있는데, 두루미류나 가축, 중대형 포유류도 사냥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다 자란 불곰이 검독수리 두 마리의 공격을 받고 달아나는 장면(이 경우는 사냥이라기보다는 자기 영역에 침범한 상대를 쫓아낸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이 촬영된 적도 있습니다. 이 새는 2km 밖의 먼 거리에서도 먹이를 찾아낼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시력을 갖고 있어 높은 하늘에서 사냥감을 정밀하게 관찰하다 최대 시속 240km로 급하강하여 먹잇감을 낚아챕니다. 발가락으로 움켜쥐는 악력도 대단한데 성인 남성의 악력 15배 정도이며, 힘도 세서 자신의 몸무게 150%까지 들고 날아갈 수도 있다고 합니다.
서몽골 바잉올기 아이막의 토착 소수민족인 알타이-카자흐 족의 목축 공동체는 검독수리 암컷을 이용하여 그들만의 유서 깊은 전통 사냥법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아직 날지 못하는 어린 야생 검독수리를 잡아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 사냥꾼으로 훈련을 시킵니다. 검독수리는 새로운 가족들과 함께 늑대, 여우 등을 사냥합니다. 일 년 중 절반이 겨울이며 영하 40도의 혹독한 추위가 이어지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검독수리는 부족민에게 훌륭한 사냥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파트너라도 부족의 전통에 따라 8년 후에는 풀어줍니다. 야생이야말로 검독수리가 본성대로 강하게 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으로 지정된 검독수리는 예전에는 텃새로 분류되었으나 지금은 겨울 철새로 드물게 볼 수 있습니다. 검독수리의 개체수를 위협하는 주요인은 서식처의 감소이며, 이외에도 납 중독, 전깃줄 및 풍력발전기와의 충돌 등의 이유가 있습니다. 검독수리와 같은 최상위 포식동물들의 유무는 생태계 내 하위 생물 군집의 분포와 밀도에 균형을 제공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존재입니다. 단지 본성대로 존재함으로써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유지하는 야생동물들의 놀라움, 귀함을 모두가 더 깊이 인지하고 그들의 서식지를 있는 그대로 가만히 내버려 두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참고 및 인용]
국립생태원 2023), 『한눈에 보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60-61. MBC 다큐멘터리 (2003), ‘알타이의 제왕, 검독수리 (Golden Eagle)’ 윤순영 (2019), 「늑대·고라니도 사냥하는 최상위 포식자 검독수리」, 한겨레 애니멀피플 다쿠야 소마, 바트툴가 수키 (2014), ‘문화유산관광’의 일환으로서 알타이-카자흐족의 매사냥: 서몽골 검독수리 축제. International Journal of Intangible Heritage, (9), 115-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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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천수만에서 고라니 사냥을 시도하는 검독수리 ⓒ윤순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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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벗삼아 든든한 우리
한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우리는 서로를 벗 삼아 든든하다. 좀도요가 서 있는 동안 저어새는 자기 할 일을 할 뿐이다. 저어새로 인해 좀도요는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듯 보인다. 그렇다. 우리는 대부분 큰 힘을 가진 동물이 힘이 약한 것들을 보호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작은 힘을 가져 보이거나 몸집이 작은 생물들은 주변의 것들로 보호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맞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 맞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저어새는 저 작은 좀도요로 인해 그가 열심히 먹이를 먹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럴 것이다. 나는 지켜보고 있었다. 좀도요는 저어새가 있어 날아가지 않은 것이 아니라, 좀도요가 있는 동안 저어새가 슬금슬금 먹이를 찾으며 다가왔기 때문이다. 좀도요는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너무도 든든해 보인다.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고 있다. 나를 주시하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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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온다 심판의 날
조류충돌 위험 무안공항보다 600배 높은 새만금
2월 27일 새만금 국제공항 취소 행정 소송의 최후변론일
바람을 타는 독수리의 마음을 전하며
유난히 포근했던 겨울이라고 함부로 말을 할 것이 아니었다. 입춘이 지나고서 몰아닥친 눈 폭풍우로 꽁꽁 얼어붙은 늦겨울, 수라의 새들은 다들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걱정이 됐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솜털을 몽땅 뽑아 입고 겨우 겨울을 지내는 나로서는 그 강인한 생명체들이 여전히 그 자리를 잘 지키고 있으리라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바람이 잦아 들고, 눈이 그치고, 따뜻한 햇살이 마치 봄처럼 비쳐 오는 날, 수라에 갔다.
수라갯벌과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매립공사가 한참 진행중인 산업단지 끝자락에 항상 새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는 갯벌이 있다. 도로 때문에 나뉘었지만 그곳 역시 수라갯벌이다. 검은머리물떼새 두 마리는 얼굴을 날개에 끼워 넣은 채 서있고 혹부리오리, 검은머리흰죽지들은 부지런히 먹이를 찾는다. 그 옆에 이제 막 침대에서 나온 듯 한껏 헝클어진 깃털로 앉아 있는 검독수리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멀리 포클레인이 공사중인 곳까지 십여 마리가 앉아 있다. 오랜만의 햇볕에 일광욕을 하듯 우리에게는 등을 돌린 채 막힌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차를 타고 김제 거전갯벌에 가니 큰고니 20여 마리가 긴 목을 꼿꼿이 세우고 물가에 앉아 있다. 그 옆으로 기러기떼들이 무리를 지어 날아온다. 망원경으로 한참을 바라본다. 차를 타고 동진대교를 향하는데, 멀리에 검독수리들 그리고 그 사이에 댕기머리물떼새가 총총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부안으로 가는 길에 머리 위로 나는 큰 새를 보고 차를 멈췄는데, 독수리가 도로에 긴 그림자를 만들며 날고 있었다. 연처럼 바람을 타며 날개짓 한번 하지 않고 하늘에서 활공하는 독수리를 한참 바라봤다. 수라에 가면 마치 새들이 우리를 기다렸다고 착각하기도 하는데, 독수리 마음을 알 턱이 없지만 머리 위에서 바람을 타는 독수리가 마치 유혹하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진다. 짝사랑이다. 12.3 비상계엄 후 최근 벌어지는 거짓과 변명, 무책임을 보면서 심란했던 최근의 마음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늦지 않는다면 3월의 시작과 함께 이 모든 일도 한 번의 심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상계엄이 남긴 잔상은 오래도록 우리를 괴롭힐 것 같다. 2월 27일 또 하나의 중요한 재판이 있다. 새만금 국제공항 취소 행정소송의 최후변론이 있는 날이다. 무안공항 참사로 소중한 생명이 희생된 후에 진행되는 이번 행정소송에서 재판부는 정부 정책이 가져온 참사에 막중한 책임을 가져야 한다. 전라북도는 새만금 신공항이 안전하다고 공언하고 무안공항보다 짧은 활주로 길이를 더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행정소송에서 공항을 지어도 좋다고 판결이 난다면 무안공항보다 600배 조류충돌이 높은 새만금 국제공항은 새들에게도, 사람들에게도 모두 위험천만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정부의 정책, 권력자들의 판단은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주고 비극적인 일의 원인이 된다. 그럼에도 이들은 언제나 책임의 자리에서 벗어난다. 우려가 현실이 되길 바라지 않는 사람들과 그 자리에서 끝끝내 살아내는 생명들만 무책임함에 책임을 묻고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책임을 다 하는 중이다.
그나마 이 비극의 시대를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우리들 모두에게 바람을 타고 나는 독수리의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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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상시해수유통은 강, 바다, 어부의 숨통을 틔우는 것
“저는 맨손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선유도 어부입니다.
먼저 저의 1년의 생활을 계절별로 말씀드릴게요. 먼저 1, 2월에는 참맛조개, 개불을 잡고, 낙지도 잡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요, 3월부터는 바지락, 낙지를 잡아요. 개불도 잡고요. 그 다음에 날씨가 좋을 때는 1, 2, 3, 4월까지 자연산 홍합을 채취해요. 5월에는 어업허가를 가지고 있어서 원래 꽃게를 잡는데 요즘에는 봄 암케가 잘 안 잡혀서 꽃게잡이를 안 합니다. 5월까지는 낙지를 잡고 6월은 낙지 금어기라 낙지 말고 해삼 좀 잡고. 먹고 살아야 되니까 7, 8월에는 관광지나 친구 횟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요. 9, 10월에는 다시 가을 낙지를 잡아요. 꽃게 금어기가 6월 21일부터 8월 20일까진데 이 때 무허가 배들이 꽃게를 다 잡아냅니다. 가을에 꽃게잡이를 좀 하려고 했더니 수확이 너무 없어서 이제 배도 내놨어요. 작년(2023년)에도 그랬는데 시나 도는 무허가 단속 일절 관심이 없어요. 11, 12월에는 해삼, 낙지를 잡습니다. 이렇게 1년, 1년을 반복하면서 생계를 꾸려가는 선유도 어부에요.
고군산에서 저보다 갯벌에 많이 나가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오늘이 조금인데 조금 때 한 5일 빼고는 저는 매일 갯벌에 나가서 구석구석 다 관찰합니다. 선유도 갯벌은 모래, 뻘, 자갈이 적절하게 섞여 있던 곳이에요. 곳곳에 물 덤벙이 있고, 갯골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다 없어졌어요. 그러니까 모래로 다 덮인 거죠. 살아있던 갯벌이 딱딱해져서 바지락, 낙지가 서식할 수 없는 환경이 돼버렸어요. 옛날에는 마을 어장에서 한 두어 시간 호미질 하면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바지락을 한 40kg 정도 캤는데 지금은 호미질을 해봐도 없고, 썩은 내가 진동을 합니다. 폐사된 바지락이 말도 못하게 많아요. 고군산은 선유도, 무녀도, 신시도로 갯벌이 이어져 있어서 바지락이 주 생산지역인데 2023년 대비 2024년에는 생산량이 2분의 1로 줄었어요. 낙지, 참맛조개, 굴 같은 경우는 예전에 비해 10분의 1정도로 줄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제철에 나오는 바지락, 개불 이런 걸 잡아 판매도 하고, 자식이나 친척들에게도 보냅니다. 뭘 많이 배우고 그러지 않은 나이 먹은 주민들은 이런 일거리로 돈도 벌고, 삶의 보람도 느꼈는데 그런 삶들이 다 피폐해졌어요. 주민들은 이제 내 삶이 어떻게 될지,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걱정이 커요.
현장에 모든 게 답이 있다고 다들 말을 합니다. 현장 중심, 현장중심 하고 다 얘기하는데 국회의원, 시장, 시의원, 도의원 어느 누구도 현장에 와서 바다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직접 보고, 어민들을 만나는 정치인은 단 한명도 없어요. 군산에는 없어요. 이 바다 상황을 방치하고, 방조하고 있어요. 현장 방문해서 모니터링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오늘 고창, 위도, 비응도에서 어민들 오셨는데 이렇게 계속 만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지난 1월 22일 새만금상시해수유통본부에서 연 <새만금 패류 양식업 및 맨손 어민 간담회>에서 칠산바다(고군산, 부안, 고창, 영광 앞바다를 잇는 서해바다) 어민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놀라웠다. 새만금간척사업은 방조제 안쪽의 바다와 갯벌, 어민의 삶만 파괴한 것이 아니었다. 방조제 바깥쪽에도 오랫동안 넓은 지역에 걸쳐 심각한 환경의 변화, 피해를 겪어왔다. 방조제가 지어진 직후부터 변산 해수욕장에서는 모래가 마구 깎여나갔고, 한국농어촌공사는 2011년부터 매해 7000㎥의 모래를 변산 해변에 쏟아 부었다. 반면 바지락, 김, 주꾸미 양식을 하는 칠산바다와 갯벌에는 죽뻘이 엄청나게 쌓였다. 많게는 5m 이상 쌓인 곳도 있어 굴착기로 죽뻘을 퍼내야 하는 지경이다. 방조제 공사 후 흐름이 느려진 바닷물이 뻘을 쓸고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지락, 주꾸미 등은 해마다 폐사했다. 강물 속 유기물들이 바다로 나가지 못해 새만금호는 썩어가고, 방조제 바깥쪽 바다와 갯벌은 빈약해졌다. 김 양식장에서는 김 대신 뻘꼽이 자라고, 뻘꼽을 없애느라 바다에 염산을 뿌린다. 염산이 뿌려진 순간 플랑크톤은 죽고, 그 다음은 해조류가, 다시 어패류가 죽어간다. 그리고 어민의 삶이 무너진다. 이렇게 맹렬한 악순환이라니. 칠산바다에서 먹고 사는 어민들은 피해에 대한 보상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 바다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당장 상시 해수 유통하는 것만으로도 조금의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거란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말이지만 강물이 바다로 흐르게 하는 것이 모두를 살리는 것이다. 방조제 너머 바다로 나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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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하루 노래방
팽나무 앞은 시대와 나이를 초월한 현대예술제,
100곡의 노래와 사람의 온기로 요리한 떡국
팽나무 마당은 1년에 하루, 노래방이 된다.
마지못해, 은근하게 등장한 이들의 노래 실력은 범상치 않다. 예상을 뛰어넘는 무대가 속출한다. 언제 환호해야 하는지 놓친다. 박자와 목소리와 음정의 개성이 강하다. 이윽고 신부님이 랩을 한다. 그렇지. 팽나무 앞 임시 설치된 무대와 객석은 시대와 나이를 초월한 현대예술제다. 떡국을 곁들인...
아차차, 이번 팽팽도 영길샘이 없다. 그이의 노련한 음식 준비가 대단한 일이란 걸 허기로 몸이 울려야만 알아진다. 음식을 한 가지만 하지 않고 몇 가지나 차려주어서 늘 그 앞을 서성이며 맴돌게 만들었던 마술사. 영길샘의 식사와 잡학다식 글이 그립다.
아무튼 1월 팽팽문화제는 설날을 앞두었으니 떡국이다. 육수를 내고 떡을 준비해서 끓이기만 하면 된다! 소금도 챙겼다! 그런데 “이번의 난관은 가스불입니다!”
바람이 불어서인가 새해가 오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는 신호인가? 가스 화력의 문제로 떡국이 끓지 않아 노래는 끝나지 못하고 ‘저는 노래 100곡도 할 수 있어요’ 참가자의 등장으로 다급하게 가스불로 사람들이 모였다. 그리고 가스불을 지키기 시작했다.
자, 떡국이 끓기 시작했습니다. 팽나무를 돌며 춤을 춥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들판-새싹-키 큰 곡식-태양-떨-어-지-는 나뭇잎-겨어울!
100곡을 부를 수 있다던 이의 노래 덕분에, 불을 지켜준 노력 덕분에 우리는 국물 한 방울도 싹싹 긁어 떡국을 먹었다지요. 노래를 계속 해준 사람들 덕분에 허기를 잊을 수 있었다지요.
자, 그럼 우리는 또 팽나무와 함께 춤을, 팽나무 앞에서 밥을, 팽나무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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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이 있었다.
시민의 함성이 승리하여 부정한 우두머리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혁명 1주년을 맞아 시인은 펜을 들었다. 뜨거웠던 혁명의 순간을 기리고 환호하는 대신, 안심하긴 이르다며 엄중한 경고의 글을 적는다. 시인 김수영(1921-1968)의 글 <아직도 안심하긴 빠르다 –4·19 1주년>의 일부를 발췌한다.
“하여간 세상은 바뀌었다. 무엇이 바뀌었느냐 하면, 나라와 역사를 움직여 가는 힘이 정부에 있지 않고 민중에게 있다는 자각이 강해져 가고 있고 이러한 감정이 의외로 급속도로 발전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4·19 당시의 생각으로서는 이러한 역사의 추진력의 선봉으로서 일반 지식인들이 상당한 역할을 할 줄 알고 있었는데 그것이 어그러진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할 수가 없다. [..]아이들한테 자기가 쓴 시집을 반강매하고 있는 고등학교 교사들, 파리에 갈 노잣돈을 버느라고 기관지마다 찾아다니면서 레알리슴 그림을 그리는 추상화가, [..]<보안법 보강>을 감행한다는데 반대 데모도 한번 못하는 문인들, [..]그 이상 지도층에 있는 부유한 자들이나 그들의 심부름을 하는 순경 나부랭이들의 골통 속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지. [..]오늘이라도 늦지 않으니 썩은 자들이여, 함석헌 씨의 잡지의 글이라도 한번 읽어보고 얼굴이 뜨거워지지 않는가 시험해 보아라. 그래도 가슴속에 뭉클해지는 것이 없거든 죽어버려라!”
1960년 4·19 혁명은 정부가 아닌 민중의 힘으로 나라와 역사가 움직인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김수영 시인은 이승만을 몰아낸 것으로 세상이 바뀌었다고 말할 수 없으니 안심할 때가 아니라고 했으나 설마 한 달도 되지 않아 군사 쿠데타를 목격하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유난히 길었던 2025년 설 연휴는 우울했다. 윤석열 지지자들의 서부지법 점거 폭동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3월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계엄과 내란 사태가 끝났다고 안심할 수 있는가. 사태가 지금에 이르도록 나는 무엇을 했는가, 혹은 무엇을 하지 않았는가. 노골적으로 상식의 선을 넘은 무도한 자들을 비난하는 것으로 체면치레하지 않았는가. 시인은 가슴 속에 뭉클해지는 것이 없다면 죽어버리라고 일갈한다. 시인의 시 <폭포> 앞에 나를 세워본다. 곧은 절벽 앞에서 망설이지 않고 떨어지는 시인의 폭포를 바라본다. 나는 무엇으로 살아 있는가. 옹졸하게 궁색하게 나태와 안정을 붙들고 있지는 않은가.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팽팽문화제 1시간 전에 모여 책을 읽는 ‘팽팽60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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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호, 홋호 소리를 주고받는 큰고니 가족들
방전된 자동차 배터리 덕분에 오래오래 바라보았지요.
1월 팽팽문화제를 앞둔 군산에서의 아침, 친구들과 수라갯벌과 새만금으로 새를 관찰하러 갔습니다. 고요하게 일렁이는 수면, 주변으로 무심하고도 무성하게 자라 마른 풀들, 그곳에서 어떤 새들을 보게 될까, 기대와 설렘을 안고 갔습니다. 마지막으로 새를 보았던 것이 2023년 여름께니 일 년 반도 더 전입니다. 그때 어떤 새들을 보았는지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이번 탐조에서 내가 그림으로 그려보기만 했던 검은머리물떼새, 검은머리갈매기를 만날 수 있기를 내심 기대했습니다.
남북6교차로 부근에 내려서 육안으로 둘러보니 물 위에 점점이 새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망원경을 통해 자세히 보니 고개를 물속에 푹 담근 채 하얀 깃이 보이고 꼬리 언저리를 하늘을 향해 쳐들고 있는 새 무리가 먼저 보였습니다. 친구가 알려준 이 새의 이름은 ‘흰죽지’였고요, 물속에서 삐쭉 솟아나 있는 나뭇가지에 우리를 등진 채 앉은 수리, 하늘을 가로지르거나 수면 가까이 날아가며 그림자를 만드는 민물가마우지, 풀숲의 고라니, 대망의 고니 떼도 보았습니다.
사실 저는 시력이 안 좋아서인지 새 지식이나 경험이 일천해서인지 새의 생김새나 위치를 포착하는 게 어렵습니다. 망원경의 초점을 열심히 맞추고 눈에 힘을 주고 초집중해보아도 깃의 무늬와 색깔이 어떤지, 머리 깃은 어떤 모양인지, 부리는 뾰족한지 넓적한지 도통 알 수가 없었습니다. 수면이나 허공을 살피는 시간이 길었습니다. 내 힘으로 보기 드문 새를 발견하고 싶다는 생각에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뚫어지게 보거나, 다른 이들이 보지 않는 방향으로 가보기도 했지만 제 목만 아프고 허탕치고 돌아올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조예가 깊은 친구들이 ‘저기 가마우지다’ 하면 ‘와’, ‘고니네’ 하면 ‘와’, ‘저거 매 같은데?’ 하면 ‘오 그렇구나’ 하고, 마치 스스로는 방향 잡을 능력이 없어 다른 새를 따라날기 바쁜 한 마리 철새처럼 이리저리 고개를 틀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후 ‘한국의 새’ 도감을 보면서 오늘 본 새들을 표시해 두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는 혹고니와 그냥 고니, 큰고니까지 세 종류의 고니가 찾아와 겨울을 난다는군요. 부리에 혹이 보이지 않았던 걸로 봐서는 고니 아니면 큰고니인데, 부리 모양과 우는 소리로 둘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설명에 따르면 큰고니는 ‘호, 호’ 또는 ‘홋호, 홋호, 홋호’ 하고 높은 소리로 날카롭게 우는 반면, 고니는 큰고니보다 낮고 부드러운 소리로 ‘호, 호’ 또는 ‘호우, 호우’ 하고 운다고 합니다. 녹음한 소리를 들어보니 호우보다는 홋호에 가까운 것도 같고, 낮고 부드럽기보다는 높은 음에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고니’는 과거에 비해 수가 크게 줄어 잘 관찰되지 않는다고 하니, 우리가 본 건 ‘큰고니’가 맞는 걸까요?
아주 많은 종류의 새를 관찰하지는 못했지만 큰고니 가족들이 홋호, 홋호 소리를 주고받으며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는 모습을 실컷 바라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교훈도 얻었는데요, 겨울철에 오래 멈추어 서서 새를 관찰할 경우에는 차 시동을 꼭 꺼두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배터리가 방전된 덕분에 큰고니와 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았지만요. 다음에는 이곳에서 호우, 호우 하는 낮고 부드러운 소리가 섞여 들려오고, 부리 모양으로 고니와 큰고니를 구분해보기 위해서 사람들이 안간힘을 쓰는 풍경을 볼 수 있어도 좋겠습니다. (참고로 혹고니는 수가 적기도 하지만 동해안에 도래한다고 합니다.)
참고문헌: <야외원색도감 한국의 새>, 이우신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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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번째 팽팽문화제 2025년 2월 22일 오후 2시 하제마을 팽나무 앞 샘굿 + 지신밟기 + 민속놀이 + 찰밥
새만금 신공항 취소소송 7차 재판공청 2월 27일 목요일 15시 30분 (14시 30분, 기자회견) 서울, 행정법원 앞
군산평화박물관 [안녕, 하제] 특별전
3월 6일 ~ 21일 13시부터 17시까지 (월, 화, 수 휴관)
* 3월 5일까지 동계휴관으로 문을 열지 않습니다.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를 위한 선전전 매주 목요일 16시 30분 ~ 17시 30분
한길문고 사거리 앞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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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펴낸곳 | 팽나무도요새클럽
함께하는곳 | 군산평화박물관
만든이 | 치자+우엉+자연+인디
표지그림 | 치자
편집 | 자연
배포 | 작두
디자인 | (주)디자인사과나무
팽나무도요새클럽은
군산의 평화운동단체 '평화바람' 주변으로 이끌린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오늘의 뉴스레터는 어땠나요? 좋았어요! 🤗ㅣ 음, 잘 모르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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