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는 우리들
돌이켜보면 수없이 밟히고 깨지고 부서지고 울었습니다. 이대로 어둠 속에 묻히는 건 아닌가... 이대로 영영 멈추어 버리는 건 아닌가... 두려움에 오래도록 떨었습니다. 그러나 끝끝내 다시 고개를 듭니다. 차갑게 식어 멎은 줄 알았던 심장이 서서히 뛰고 따스한 기운을 곳곳으로 전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빛이 되어 함께 노래부릅니다. 되살아나는 우리들. 동죽, 가마우지, 도요새들, 지구, 그리고 우리들. 힘을 냅니다. 다시 태어난 듯! |
|
|
동죽 Mactra quadrangularis Deshayes |
|
|
넓은 간석지가 발달한 우리나라 서해안은 천혜의 패류 서식지로서, 예로부터 어민들은 그곳에서 난 다양한 조개 등을 채취하여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서해안에 위치한 군산 연안에는 바지락, 키조개, 개량조개, 백합, 맛조개 등이 많이 서식했고, 그중 동죽은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우점종이었습니다.¹ 얼마나 흔했던지 ‘똥죽’이라고도 불렸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백합은 일본으로 수출하던 고급조개의 대명사로, 조개 중 으뜸이라 하여 ‘상합’이라고도 합니다. 풍요로운 갯벌에 어민들이 기대어 살던 시절의 이야기로 전해지기를, 동죽이 올라오면 발로 갯벌에 묻고 오직 백합만 캤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그러나 새만금 방조제 공사 등으로 인해 전라북도 연안의 지형 변화와 함께 넓은 간석지가 사라져 이 해역의 저서생물들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
|
|
[사진1] 새만금 물막이 공사 후 2개월, 남수라마을 앞 갯벌의 조개무덤. 출처: 전북일보 |
|
|
동죽은 이매패강 백합목 개량조개과에 속하는 종입니다. 모시조개, 불통이, 물통조개, 물총조개, 동조개, 새조개 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간석지의 모래와 진흙이 섞인 토질인 사니질, 그중에서도 사질이 50% 이상인 지역에서 서식하며 환경이 적절하면 대량 발생합니다. 적절한 서식 온도는 20~28℃이며, 떼를 지어 타원형의 구멍을 파고 살며 이따금 분수처럼 물을 뿜는 습성이 있습니다. 동죽은 아가미를 통해 부유 유기물 입자나 식물플랑크톤을 여과해 섭식(filter feeder)합니다. 약 5cm 정도까지 자라며 껍질은 회백색 바탕에 둥근 검은 성장선이 나타납니다. 한때는 너무나 흔해서 시장 상품으로도 잘 취급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사람들에게 매우 인기있는 식재료가 되었습니다. ²
백합은 이매패강 백합목 백합과에 속합니다. 8.5~9cm까지도 자라는 중형조개로, 동죽과 비슷하게 조간대 하부의 모래에 서식하며 부유 유기물, 플랑크톤 등을 여과섭식합니다. 상합, 생합, 피합, 참조개라고도 하며 씨알이 굵은 것은 대합이라고 부릅니다. 패각이 두껍고 매우 단단하게 쉽게 깨어지지 않아 약품 용기나 바둑의 흰 돌을 만드는 데 사용되기도 합니다.³ 새만금 지역의 갯벌에서 우리나라 백합의 90% 이상이 잡힐 정도로 양이 많았지만, 새만금 방조제 공사 이후 자취를 감추었다고 합니다. 양식 대상종으로도 각광받았으나 양식 생물의 밀식, 연작에 의한 양식장 자가 오염, 양식장 부영양화 등에 의한 적조 발생 등의 원인으로 양식 조개의 생산량 또한 감소되어 왔습니다. ⁴
지난 2022년 군산평화박물관에서 진행한 군산 미군기지 걷기 답사에서 하제 포구에 방문한 일을 기억합니다. 당시 답사 참가자들은 하제 포구에 남겨진 조개껍데기를 모아 함께 동정(생물의 소속이나 명칭을 바르게 정하는 것)해보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한때 패류를 사들이는 상인들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모였다던 하제 포구답게 수많은 조개껍데기가 있었습니다. 재미있었던 것은 그 많은 조개껍데기 중에 (적어도 해당일에는) 백합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껍질이 두꺼웠던 백합은 다른 조개들보다 신선도가 유지되는 기간이 길어 껍질 그대로 타지로 팔려갔기 때문입니다. 값이 비쌌기 때문에 지역 어민들이 먹기보다는 거의 전량이 외부로 나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흔했다던 동죽의 껍데기도 당일 사람들에 의해 많이 발견되지 않았는데, 거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예전에 동죽은 돈벌이가 되지 않는 너무나 흔한 조개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굳이 채취하지 않았던 것이죠.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는 하제 포구에서 다양한 조개껍데기를 찾아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으며, 어떤 존재의 없음(無)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만큼이나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십 년 뒤 수라에서 발견될 동죽, 백합 등은 사람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요? 껍데기만 남아 여전히 조개무덤의 일부로 남아 있을까요? 이번 <월간수라 6호>를 통해, 수라의 동죽과 백합 이야기 전개를 바꾸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¹ 류동기, 김용호(1997). 군산연안 동죽 개체군의 동태에 관한 연구 I. 성장. 한국패류학회지, 2(13). 185-192. ² 서울대학교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 홈페이지 (benthos.snu.ac.kr) / 해양생명자원통합정보시스템 (www.mbris.kr) ³ 수산물안전정보서비스 (www.fsis.go.kr) ⁴ 류동기, 정의영, 김용민(2006), 한국 서해산 백합, Meretrix lusoria의 연령과 성장. 한국해양학회지, 11(4). 152-157 |
|
|
내년엔 더 많이 남겨둘게
추운 겨울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다 힘겨운 계절이다. 누군가는 열매가 열리면 다 따지 않고 몇 개의 열매를 남겨둔다. 실은 따기 힘들게 높이 열려 있거나 크기가 작은 걸 남겨 놓는 경우도 있다. 복슬복슬 털이 달린 참다래는 눈이 온 겨울이 되면 더욱 맛나게 익어 있다. 동네 새들이 이 참다래가 열려 있는 곳으로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중 직박구리와 동박새가 가장 많이 참다래 덩굴을 차지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눈 주변이 하얗게 흰색 페인트로 칠한 것처럼 귀여운 이 녀석은 얼마나 맛이 있는지 나와 근거리에 있다. 그래 맛나게 먹어라. 내년에는 더욱 참다래를 많이 남겨줄게... 겨울철 나무가 있는 정원이 있다면
나뭇가지에 약간의 과일을 나뭇가지에 꽂아두면 새들이 정말 감사히 먹을 것 같다. 이 아름다운 새는 내년에도 오겠지. |
|
|
새들은 죄가 없다
새대가리, 철새, 텃새. 새들은 여러모로 인간의 시각에서 왜곡되어 왔다. 그렇지만 새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진화 하면서 가장 추운 곳과 가장 더운 곳을 포함해 지구상 모든 지역에 살고 있고 망망한 갯벌이나 물가에서도 먹이를 찾을 수 있을 만큼 뛰어난 감각기관의 소유자다. 무엇보다 인간은 행할 수 없는 과감한 대륙이동을 하며 지구에 사는 수많은 생명체 중 가장 긴 여행을 감행한다.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위선을 떠는 텃새도, 이리저리 원칙 없이 흔들리는 철새도, 지능이 낮은 새대가리도 실제 새들의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수라갯벌에서 관찰되지는 않지만 한반도에서 겨울 나는 대표적인 철새 중 하나는 가창오리다. 시베리아에서 번식을 하고 겨울에 한반도를 찾는데 20~30만 마리가 군집을 이뤄 이동한다. 가창오리는 40cm정도의 작은 체구에 녹색과 노란색이 섞인 화려한 얼굴을 하고 있다. 가창오리는 금강 하구에서 해질 무렵 수십만 마리가 함께 무리지어 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데 하늘에 뜬 구름처럼, 하늘을 나는 고래처럼 그 모습이 경이롭다. 영화 <수라>에서 본 도요새 군무를 만나기는 어렵지만 가창오리 군무를 보면 얼핏 도요새의 모습을 짐작케 한다.
무안공항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조류 충돌에 대한 이야기 속에 새떼가 구름처럼 이동했다는 목격담을 듣고 가창오리들이 떠올랐다. 가창오리가 구름처럼 큰 규모로 이동하는 겨울새이기 때문이다. 참사 소식을 듣고 무안공항을 살펴보니 조류 서식지 바로 위에 건설됐다는 걸 알게 됐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신안갯벌과도 가깝고 공항 바로 옆이 갯벌이기도 하다. 그래서 무안공항 참사의 조류 충돌은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입지선정 자체의 문제이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에서도 새의 서식과 그에 따른 항공기 운행의 안전 문제는 대체서식지를 마련하거나 퇴치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치부됐기에 공항이 지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제주항공 여객기가 충돌한 로컬라이저가 세워진 콘크리트 둔덕을 두고 국토교통부나 공항공사는 여러차례 해명해 왔지만 공항의 안전 차원에서 볼 때 설계와 시공, 운영 모두 안일하게 진행되어 왔음이 명백하다. 지난 17년간 전국적으로 농민들이 활주로에 고추를 말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유명무실했던 무안공항. 이 사고를 참사라 부르는 것은 사고의 두 가지의 원인으로 거론되는 조류 충돌과 콘크리트 둔덕 모두 공항의 입지, 설계, 시공의 종합적 문제였기 때문이다.
무안공항 참사를 보면 새만금신공항이 떠오른다. 새만금신공항 역시 조류들이 서식하는 수라갯벌에 지어지기 때문이다. 2024년 미군 전투기가 원인미상의 이유로 두 차례 추락한 사건이 있었다. 미군측은 원인을 알리지 않았지만 새만금을 주요 서식지로 삼는 조류 충돌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새들은 기후위기와 각종 개발 사업으로 인한 서식지 감소로 해마다 그 수가 줄어 들고 있다. 하지만 조류 충돌로 인한 항공기 사고는 매년 증가 추세라고 한다. 그만큼 항공기 운행 편수가 늘었다는 것이다.
전 세계 인구 중 오직 10%만이 평생 한 번 이상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하는 경험을 한다고 한다. 한국은 오직 10%만 누리는 이 혜택을 위해 15개의 공항을 운영하고 있고 10개의 신공항을 예정 중에 있다. 그리고 그 공항들은 인간이 사는 구역에 피해를 최소화 한다는 명분으로 야생 동식물, 특히 새들의 서식지 위에 세워진다. |
|
|
2021년 10월 군산시 새만금방조제 수라갯벌 상공에서 군산공항 활주로에 접근하는 F16 전투기가 민물가마우지 떼와 충돌하고 있다. 출처: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
|
|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철새 도래지와 가까운 신공항 건설 계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습니다. 새만금신공항도 예외일 수 없을 것입니다. 새만금신공항 건설 예정지는 7~8km 이내에 국내 최대 도요새 서식지가 있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천갯벌도 있습니다.
2021년 10월, 흰발농게 생태 조사를 하던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단장은 새만금신공항 건설 예정지 상공에서 미 공군 전투기인 F16와 민물가마우지가 충돌하는 장면을 목격했고, 그 장면을 사진으로 담아 사람들에게 공개한 바 있습니다. 그것은 유일한 사례가 아닙니다. 군산공항 민간항공기 조류 충돌은 2014년 이후 8건 이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새만금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신공항 부지 13km 내 연간 예상 조류 충돌 횟수는 10.45~45.92회로 추산됩니다. 이는 보고서 작성 당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조류 충돌 사고가 발생한 인천(2.99회)보다 최대 15.3배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라북도 도로공항철도과장은 “새만금신공항 주변에 새들이 날아다니고 있지만, 항공기 운항 안전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며, “안전한 공항을 위해 조류 충돌 예방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수라갯벌 생태계 파괴에 더해 조류 충돌의 위험을 묵인하면서까지 신공항 건설을 감행한 후의 그 책임은 어떻게 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새만금신공항 건설은 백지화되어야 합니다.
이 글은 다음 두 기사 <공항 부지 7~8km 내에 도요새 서식지... 조류 충돌 ‘빨간불>(경향, 2025.1.13.), <무안공항 조류 충돌 참사, 새만금신공항 악재 될라>(시사부안, 2025.1.9.)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
|
|
커피와 혁명
맛 좋기로 소문난 커피숍을 어느 날 갑자기 때려 치우고 제주도로 낚시하러 떠난 찰스. 문제는 찰스가 아니고 원두였다. 그동안 우린 싼값으로 맛있는 원두를 무제한 공급받아 아침마다 호사를 누려왔는데 우리 입맛을 버려 놓고 대책없이 떠나 버린 것이다. 사먹으면서도 비싸서 마음이 편치 않고, 미리 사두는 걸 깜빡해 커피 없는 날이 가끔, 아니 시간이 흐르면서 자주 일어나 캡슐 커피, 우울한 커피 맛으로 아침을 맞이하곤 했다.
그러자 어느 날, “노동이 너희를 품위 있게 하리라”며 몸이 먼저 말하는 길위의 신부 문정정이 나섰다. 생두를 사서는 추운 공방에서 작은 버너에 프라이팬을 올려놓고 연기를 피우며 생두를 볶기 시작했다.
“생두가 수분을 먹고 움츠리고 있는데 야가 열을 받으면 수증기가 되어 팡! 팡! 하고 튀어 나오는데 이를 1차 팝핑이라 하고, 우리 귀에는 따딱~ 따딱~ 이렇게 들리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커피 맛이 좌우된다”
찰스로부터의 생두볶기를 교육받았지만 생각하는 맛이 나오지 않자 공방에서는 몇 번이나 난리가 났다. 이 난리를 평정하기 위해 덕이는 큰 버너를 준비하고, 오이는 어디서 기계형 볶은기계를 기증받아 한층 업그레이되고 과학화된 생두볶기가 시작되면서 문정정의 공방에 평화가 돌아오는 중이다. 언제 변할지 모르는 간사한 입맛으로 이 평화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모르겠으나.
“커피는 시각적, 후각적, 청각적 반응을 일으킨다고 하지만 난 가장 혁명적이라고 봐.”
귀족들이 커피를 독점하자 화가 난 부르주아지가 바스티유 감옥을 부수고 혁명을 일으켰다는 (믿거나 말거나) 찰스의 커피 예찬론에 따라 찰스는 타닥, 타닥 소리로, 문정정은 톡, 톡, 톡, 톡 소리로, 오이는 탁, 탁, 탁 소리로, 덕이는 톡탁, 톡탁 소리로 평화바람은 매일 아침 혁명을 시작한다!! |
|
|
눈이 펄펄 내리고 머리는 하얗게 덮이고 손끝은 돌돌 말아 춤추고 먹이는 동짓날
찐빵탑이 기울었군요. 작은 불 위 10층 찐빵 탑의 맨 아래는 김이 나고 맨 위는 차가워서 팽팽문화제 시작과 끝 내내 탑을 교체시키고 붙잡고 있습니다. 한 켠에는 커다란 솥을 걸어 50인 분 팥죽을 끓입니다. 젖은 나뭇가지들의 매캐한 연기를 마시며 불을 피우고 지켜보네요. 서로의 선물을 가져와 테이블 위에 둡니다. <월간수라>의 멋진 표지그림 속 응원봉이 유독 빛납니다.
지켜내세 지켜내세 우리 땅을 지켜내세 둥둥 두다두다 둥둥 두다두다~
팽나무 앞 풍물 끝자락을 잡고 팽팽문화제가 시작합니다. 이번엔 팽나무를 등지고 미군기지를 향해 앉았습니다. 이전까지는 미군기지를 등지고 팽나무를 향해 앉았었거든요. 뒷배가 든든합니다. 인디언수니가 노래를 부르는 동안 눈이 와락 내렸는데 흰 눈이 펄펄 내리고 흰 김이 펄펄 솟고 찐빵 하나를 한 입 베어 물고 전국 각지에서 온 지역 사람들이 앞으로 불려 나가 인사를 합니다.
쭈뼛쭈뼛 마이크를 잡고 한 마디씩 인사를 나누고 팽나무를 돌며 춤을 추니 팥죽이 열립니다. 아아, 팥죽에는 간이 되어 있지 않았네요. 신의 한 수 달콤짭짤한 짠지를 듬뿍 올려 먹습니다. 늘 든든하게 속을 뎁히고 채워주기에 바빴던 영길샘이 비운 자리가 큽니다.
어떻게 우리가 여기서 만나서, 어떻게 매달 여기서, 미군기지와 팽나무 사이의 팽팽한 벌판을 메우며 있을까요. 바로 떠오르는 건 맛있어서고요, 버티고 견디는 이들의 몸과 손에 기대어 다음 날을 살아가려고요. 매일의 분주함을 만들어 나가는 일상을 호시탐탐 노립니다. 아침 7시의 아침 준비와 8시의 식사, 커피 한 잔과 망치질, 스탬프를 찍고 말리고 다림질을 해 곱게 접은 손수건, 종이죽으로 새 모자를 만들었다가 천에 그림을 그리고 수를 놓는. 아직도 염탐할 곳이 많은 팽팽과 평화바람의 일상입니다. 놓치고 있는 게 너무 많아서 할 말을 못합니다. 당연하게 만들고 펼치고 여는 이 장에 대한 감사함을 자꾸 까먹습니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오늘도 반갑습니다!
|
|
|
꿈꾸는 소리와 평화
2024년 12월, 다시 이반 일리치의 글 ‘평화의 사라진 의미’를 읽었습니다. 난데없는 비상계엄과 긴박한 계엄 해제 후에도 남아있는 2차 계엄의 가능성 등으로 불안하고 혼란스러웠습니다. 전쟁 없는 ‘평화’를 기대하고 읽었는데,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제가 평화라고 생각했던 그것은 ‘경제 강국들 사이의 균형’에 불과하다고 이반 일리치는 말합니다. 그것을 ‘팍스 오이코노미카’라고 부릅니다. 과거에 민중의 평화는 현실 공동체가 불안하더라도 최소한의 자급이 가능하도록 물과 초지와 숲과 가축을 이용할 수 있게 보장해 주었습니다. 지금의 평화는 ‘호모 오이코노미쿠스’인 우리가 다른 사람들이 다른 곳에서 생산한 물자를 소비하며 살 수밖에 없도록 재단된 것입니다. 세상에는 언어만큼 다양한 모양의 평화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팍스 오이코노미카’가 독점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읽은 송경동 시인의 시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는 팍스 오이코노미카가 아닌 다른 모양의 평화를 상상하게 도와주었습니다.
‘[,...] 박근혜 퇴진 광화문 캠핑촌을 할 때 꿈은/[...] 광화문 광장에서부터 청와대 앞 도로까지/ 분노한 사람들의 텐트로 덮어버리자는 것이었다/ 꿈같은 소리 하지 말라 했다/ 이 겨울에 누가 여름용 텐트를 짊어지고 나오냐/ 명백한 불법 농성을 박근혜가 가만두겠냐/ 하지만 나처럼 꿈꾸기와 전복을 좋아하는/ 소수의 벗들이 있어 배낭을 메고 나갈 수 있었다/[...]’
우리는 ‘꿈꾸는 소리’를 멈추지 않습니다. 그리고 2024-25년 겨울의 탄핵집회에서 응원봉 집회, 남태령 대첩, 키세스 시위대를 만났습니다. 내란을 획책한 현직 대통령을 체포했지만, 세상은 여전히 개발 논리의 ‘팍스 오이코노미카’가 독점하고 있습니다. 꿈꾸는 소리와 함께 평화를 찾아가겠습니다.
‘평화의 사라진 의미’, 이반 일리치,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 느린걸음, 2013, pp.44-62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송경동, 창비, 2022
12월 팽팽문화제가 있는 날, 팽나무 앞에 모여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 가운데 ‘평화의 사라진 의미’를 낭송했습니다. 팽팽문화제 1시간 전에 모여 책을 읽는 ‘팽팽60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
|
|
마흔아홉번째 팽팽문화제 2025년 1월 25일 오후 2시 하제마을 팽나무 앞 다만세노래방 + 새해떡국
군산평화박물관 개관 : 수, 목, 금, 토, 일 10시 ~ 17시 (점심식사 : 12시 ~ 13시반) 정기휴관 : 월, 화, 공휴일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를 위한 선전전 매주 목요일 16시 ~ 17시 군산 한길문고 |
|
|
오늘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펴낸곳 | 팽나무도요새클럽
함께하는곳 | 군산평화박물관
만든이 | 치자+우엉+자연+인디
표지그림 | 치자
편집 | 자연
배포 | 작두
디자인 | (주)디자인사과나무
팽나무도요새클럽은
군산의 평화운동단체 '평화바람' 주변으로 이끌린 사람들의 그룹입니다.
오늘의 뉴스레터는 어땠나요? 좋았어요! 🤗ㅣ 음, 잘 모르겠어요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