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의 밤
어둡고 추운 밤입니다.
홀로 오도카니 서 있어야 한다면
더욱 춥고 두렵겠지요.
함께 하는 친구가 있고, 향기가 있고, 불빛이 있다면
어둡고 추운 길도 걸어갈 용기가 있을 터입니다.
코끝을 맴도는 향기 하나,
가슴에 작은 불빛 하나
고이 담아 고라니가 갑니다.
함께 갑니다.
*문선희 작가님의 [이름보다 오래된 - 문명과 야생의 경계에서 기록한 고라니의 초상]에 실린 고라니 ‘산’을 그렸습니다. 산은 보호소에서 아기고라니를 사랑으로 돌보는 수컷 고라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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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는 중국과 한반도 고유종으로 중국고라니 (Hydropotes inermis inermis)와 한국고라니 (Hydoropotes inermis argyropus) 두 아종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고라니는 산 중턱 이하 산기슭이나 강기슭, 계곡, 풀숲, 평지의 버들밭, 억새가 우거진 황무지, 그리고 산기슭에 가까운 논에서 주로 서식하며 해발 600m 이하에서 주로 관찰됩니다. 봄에는 경작지 인근의 풀숲, 여름에는 강기슭이나 계곡 주변의 초지, 가을에는 야산의 풀숲과 논과 밭 속, 겨울에는 양지바른 논둑, 밭둑 등 인가 지역까지 내려옵니다. 주된 활동 시간은 저녁 6시부터 오전 6시까지로, 새벽 3시와 4시 사이에 가장 활동성이 높고 낮에도 빈번히 움직입니다.¹
고라니는 사슴과에서 가장 원시적인 종으로 알려져 있으며 뿔이 없는 대신 송곳니(수컷만 가지고 있음)가 길게 발달해 있습니다. 식물의 잎을 먹기에 적당한 이빨과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 위를 가지며 깨어있는 시간 대부분은 먹고, 먹이를 소화하는 데 사용합니다. 고라니는 봄철의 어린 새순을 즐겨 먹는데, 새순이라면 거의 모든 식물을 먹습니다. 12월에 짝짓기를 하여 6월 초순에 2-6마리의 새끼를 낳는데, 어미 고라니는 새끼를 한 마리씩 따로 숨겨두고 기릅니다. 그래서 가끔 어미 없이 홀로 숨어있는 새끼 고라니가 사람들에게 발견되기도 합니다. 새끼 고라니의 몸에는 흰점이 줄지어 있는데, 생후 2개월이 지나면 배냇털이 빠지며 무늬가 사라집니다.²
한편 고라니는 개체수 증가로 서식밀도가 높아져 농업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1984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었습니다. 환경부령에 따라 유해야생동물로 인한 피해 상황이 발생하면 시장·군수·구청장은 그들을 포획하도록 허가할 수 있습니다. 해당 구제 사업으로 목숨을 잃은 고라니가 2022년 기준으로 15만 마리가 넘습니다. (2020년은 215,133 마리)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3조에 따르면 유해야생동물 포획 또한 생태계가 교란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행해져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과연 이 수준이 적당한 것인지, 그렇다면 그 기준은 어디 있는지가 의문입니다. 고라니는 로드킬 피해(국립생태원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로드킬 당한 고라니는 16,075마리)도 매우 크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에 의해 유해하다 낙인찍힌 고라니이지만, 생태계의 일원으로서는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습니다. 한국습지학회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고라니의 분변 내 유기물이 토양 미생물의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그로 인한 토양의 호흡 및 토양 내 물리·화학적인 변화를 발생시킨다고 합니다. 한 예로, 위 연구팀이 토양 시료를 채취하여 분석한 결과 고라니 분변의 영향을 받은 토양에서 pH가 증가하여 산성 수치를 나타내던 토양이 중성 토양으로 변화한 것을 확인했습니다.³
땅에 기대어 사는 야생동물이 만들어 내는 생태계의 선순환은 몇 번을 들어도 놀랍습니다.
도시에 사는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생활만을 하는 것만으로 만들어 내는 쓰레기들이 지구상 어딘가에 떠돌고 있다고 생각하면, 야생생물들이 본성대로 존재함으로써 생기는 자연스러운 선순환은 섬세하고 아름다우며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생물에게 인간중심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유해’야생동물이라는 낙인을 붙이는 것만큼은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¹ 김의경, 김태근, 김혜리, 임상진, 박영철. (2021). 서식지 환경에 따른 고라니의 행동생태 연구. 국립공원연구지, 12(2), 85-96.
² 안은주 이수호 임선미 채해용 김보라. (2021). 고라니를 사랑할 수 있을까. 국립수목원 웹진 Vol. 132.
³ 박효민, 전승훈, & 이상돈. (2015). 고라니 (Hydropotes inermis) 의 분변이 습지 토양의 CO2 flux 에 미치는 영향. Journal of Wetlands Research, 17(3), 283-2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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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롭습니까?
자연에 있는 모든 생물은 다 제 역할이 있다.
일부러 꼭 필요하다 생각하지 않아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그들만의 필요함을 인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많은 새들 중 민물가마우지가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었다.
이 얼마나 인간 중심적 생각이란 말인가.
인간이 자연에 얼마나 많은 피해를 주고 있는지 묻는다면 반문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민물가마우지는 새인데도 마치 물개와 같이 멋지게 긴 잠수를 하며 먹이를 잡는다.
더욱이 물고기는 낚시꾼이 월척이라 말할 수 있는 크기의 큰 것을 잘도 잡는다.
이렇게 물고기를 잡기 위해 최적화된 멋진 새에게 유해야생동물이라니.
어민이 잡아야 할 물고기를 잡아먹고, 둥지 주변의 나무들이 배설물로 고사하니 유해하다 한다.
정말 그럴까?
정말 그러냐고 질문을 다시 똑같이 던져보면, 조금은 달리 보일지도 모른다.
민물가마우지는 절대 과하지 않게 살아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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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기
현장에 닿지 않고 어찌 미래를 그릴 수 있겠는가
다가온 겨울에 바짝 다가갈 일이다
수라를 붉게 물들였던 염생식물들이 까맣게 말라 겨울채비를 한다. 저어새도 어느새 남쪽으로 이동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검은머리흰죽지, 청둥오리, 큰기러기, 큰고니, 검독수리, 가마우지 등이 수라갯벌을 오가며 완연한 겨울을 알리고 있다. 차갑고 매마르게만 보이는 갯벌 곳곳에는 크고 작은 발자국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배수갑문을 열어 인위적으로 진행되는 해수유통은 바닷물이 닿는 물끝선을 매번 바꾸어 놓는다. 바닷물이 많이 들어올 때 함께 실려 들어온 종패(조개의 씨앗)들이 물이 들어오지 않자 그대로 말라 죽어 있는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인위적인 해수유통은 갯벌과 갯생명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한다.
새의 사체, 숭어의 사체, 게의 사체, 조개의 사체. 죽음의 흔적 위로 먹이 활동을 한 새의 부리 자국과 발자국, 고라니, 멧돼지, 개, 고양이의 발자국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살아 있는 것들과 죽어 있는 것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묻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소감을 들으면서 수라와 5.18이 떠올랐다. 방조제가 막히고 죽음으로써 항변했던 수많은 갯벌의 생명은 수라를 지켜야 할 증거이자 이유가 된다. 5.18민주화 운동 전후, 한국사회가 겪었던 경험은 12.3 비상계엄이라는 현실에 저항하는 힘이 되었다. 단, 과거가 현재를 구하려면 과거를 흘러가게 둬서는 안 되고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는 것. 시간을 붙잡아 놓는 유일한 방법은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뿐이니까.
뜨거운 여름을 지나 짧은 가을을 맞은 후 갑작스럽게 다가온 겨울. 겨울은 한해의 마무리이자 시작을 알리는 계절이다. 겨울이라는 시간은 견뎌내야 할 시련의 시간으로 이야기되기도 한다. 수라의 겨울은 다른 여느 계절과 마찬가지로 활기차다.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새들의 군무는 더욱 바빠지고 그 혹한의 추위를 견디는 생명의 강인함을 더욱 느낄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도 인간인 우리의 시각일 뿐. 시시각각 바뀌는 변화 속에 살아가는 수라의 생명들에게는 변하지 않는 새만금 방조제와 그 방조제를 세우는 인간의 변하지 않는 탐욕이 더 이상하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비상계엄 후 사회는 큰 변화의 기점에 서 있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단순히 정권을 교체하는 것까지만 생각한다면 박근혜 탄핵 이후 다시 되돌아 윤석열이 왔으니 그 역사가 반복될지도 모르겠다. 저들이 말하는 (자본의) 자유민주주의의가 아니라 평등과 인권, 생태와 평화를 성숙해 나가는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해 곱씹을 필요가 있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든 부지런히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수라를 둘러보라.
기온의 변화 덕분에 따뜻한 온도가 지속되니 염생식물들이 작은 싹을 내고 있다. 이 작은 싹이 겨울의 추위를 이겨낼 수도 죽을 수도 있지만 자명한 것은 갯벌 저 깊은 곳에 이미 봄 싹눈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현재, 현장에 닿지 않고 어찌 미래를 그릴 수 있겠는가. 그러니 다가온 겨울에 바짝 다가갈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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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일상을 기념한다’는 것에 대하여
11월 팽팽문화제는 하제 팽나무의 ‘천연기념물 지정’을 축하하는 문화제로 준비하였다. 함께 참여하는 많은 분들이 어묵이며 찰밥, 김밥과 더불어 축하 잔치에 빠질 수 없는 떡까지 준비한다고 하여서 공룡은 떡볶이를 준비했다.
잔치상에 어울리지는 않지만 추운 날, 야외에서 따끈하게 먹는 떡볶이는 그 자체로 훌륭한 맛이 될 것 같아서 준비해 보았다.
떡볶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길거리 음식의 대명사이기도 하고,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분식으로 자리매김한 음식이다. 하지만 역사 깊은 전통 음식은 아니다. 물론 궁중떡볶이가 있으니까 오래된 음식이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요리를 하다보면 뭔가 전통 조리법과는 매우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떡볶이는 고추장조림에 가까운 음식이다. 고추장에 고춧가루를 넣고, 설탕과 간장 그리고 다양한 조미료를 넣어서 조리는 방식이다. 흔히 매콤하고 달짝지근하다고 느끼는 떡볶이 맛은 사실 매우 복잡한 맛이다.
고추장 조림에 다양한 조미맛들을 첨가하면서 무궁무진하게 변신할 수 있고, 그 각자의 맛이 또 각자의 떡볶이 맛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나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맛의 떡볶이는 우리에게 일상이 가지는 특별함과 평범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 같다.
어떤 것을 ‘기념한다’는 것은 그 기념대상이나 대상으로서의 활동을 아주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특별한 순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4년 여 동안 해 왔던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수고를 바탕으로 이제 보존하고 기념할 수 있는 공인된 대상물이 된 하제 팽나무를 기념하는 자리에서 떡볶이를 요리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하제의 팽나무가 기념 대상물이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지난 활동이 성과를 냈고 안정적인 물리적 기반을 닦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팽나무가 공적인 대상물로써 국가에 기록되고 보존되고 기념된다는 이 특별함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해오던 많은 활동까지 보존한다는 것을 의미할까? 나아가 우리가 했던 보이지 않는 대상으로서의 활동들이 그 자체로 기념하고 기록되어야 할 대상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지금 하제 팽나무의 오래된 역사와 수많은 시간과 공간을 기념하고 보존하는 것과 지금 당장 우리의 활동이 국가로부터 공인되는 것과는 다른 결이 아닐까?
여전히 확장 중인 미군기지를 막으려는 활동과 수많은 생명이 죽어나가는 갯벌을 지키고자 수라갯벌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기념하고 어떤 일상들을 기록하며 앞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하여 좀더 고민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떡볶이는 기록되고 기억되어야 할 맛도 아니고 계승되어야 할 요리법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함께 맛보며 나누고 내일을 기약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음식일 수도 있겠다. 그러니 떡볶이를 기억할 것이 아니라 떡볶이를 먹던 그 장소와 그 자리에서 울려 퍼진, 기지를 막아내고 갯벌을 지키고 생명평화를 지키자는 목소리를 좀더 기억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잔치는 잔치대로 축하하지만 결국 일상적인 활동이 맞이할 새로운 환경과 활동에 격려하고 지지와 응원이 필요한 자리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팽팽문화제에서 항상 음식을 장만해주는 '공룡'은 투쟁현장에서 기록과 음식 뿐만 아니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몸을 쓰며 연대하는 청주 지역 단체입니다. 글쓴이는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의 멤버이자 팽팽셰프 박영길 님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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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때기와 화수분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세상이라지만 해도 너무 했다.
민주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다른 가치와 경험을 인정하지 않는 권위주의적이고 독재적인 성격의 윤석열이 수직적 명령조직인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폭력적 공격을 감행하였다. 하지만 실패했다.
평생해도 끝나지 않을 일들을 벌려온 우리는, 세월 탓인지 올해는 연말 휴가 한번 가 보자며 일찍부터 잔일 정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비상계엄 소식을 듣고 전문 시위꾼답게 일사분란하게 집회시위 용품을 챙겨 거리로 나섰다. 미친식빵새끼를 씨부렁대며....... 대한민국의 공통된 역사를 겪고, 현재는 미래의 일부라는 인식 속에서 100만 시민이 촛불을 들었다.
급한 불은 껐지만 모든 정치가 탄핵정국 깔때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동안 작고 보잘것없는 것으로 취급되어 목숨을 건 김제 미등록 이주노동자 강태완의 산재사망사건, 구미 옵티칼 장기고공투쟁 노동자, 새만금 신공항백지화 투쟁 등등 그나마 들리던 작은 목소리가 거대한 깔때기 속으로 묻혀 들어가 잊혀 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수많은 우연이 오늘의 필연을 만들어 왔듯이, 평생의 화두, 우리가 바라는 노동과 생명, 평화는 수십, 수백 년의 우연이 겹치고 쌓여 왔는데 왜 이런 필연을 만들지 못할까?
딸기는 말한다. ‘단지 소비하는 고객’이 되었기 때문이라며, 고 홍세화선생님의 말씀을 다시 귀담아 들으라고...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37370.html
(한겨레:홍세화의 마지막 인사 “쓸쓸했지만 이젠 자유롭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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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루 모이면 찾을 수 있는
평화를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것이 아니라 역동적인 것으로, 시작이나 끝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펼쳐지는 것으로, 높은 하늘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땅과 상호작용 속에 있는 것으로, 완벽한 것이 아니라 결함 있고 거칠거칠한 것으로 말이다. [비바레리뇽 고원 : 선함의 뿌리를 찾아서 - 매기 팩슨]
팽나무를 향하는 길 논밭의 벌판이 헛헛하다. 철조망 너머 군사시설이 유독 잘 보인다. 더 늘어났나? 더 지어졌나? 곡식을 수확한 땅 너머의 땅은 무엇으로 채워지고 있는 걸까. 땅의 경계를 따라 팽나무를 향하면-
팽나무 앞 마당, 초봄의 연둣빛을 두른 여인들이 소란하다. 훌라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맨발로 땅을 매만지며 자근자근 밟고 천막 아래에선 떡볶이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어~! 하며 인사를 나누고 노래를 부르고 트럼펫을 분다. 겨울의 땅 위를 맨살로 닿아야 하는 이들을 위해 사람들이 우루루 돌을 고르고, 우루루 포를 깐다.
나는 [월간수라]를 배포하는 테이블에 앉아 떡볶이 배식을 호시탐탐 노린다. 앞에서 준비한 공연과 발언이 성실히 이어지는 동안 친구들과 뒤에서 유행하는 춤을 배우며 숏츠 찍는 연습도 해 본다. 그리고 마지막 춤을 팽나무와 함께.
군산, 하제마을, 팽나무, 평화바람, 갯벌, 황새 들과의 인연은 매달 셋째주 토요일마다 이어진다. ‘두려움, 불안, 절망의 두드림에도 평화를 겪고자, 알고자, 만나고자 함께 모이기.’ 팽팽문화제로부터 배우는 평화다.
그러나 나는 더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싶다. 사방에서 전쟁이 맹위를 떨치는 때, 눈앞에서 바라본 평화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그 모습을 찾아낼 수 있다.
서로 기울이는 몸들 사이로, 멈추어 서서 듣고 보고 곁에 있음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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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를 때_팽팽60분 흑미 김규영
다랑논가에서
콩잎에 붙은 땅깨비를 잡아
유리병에 담았느니라
도랑물가에서
송사리떼 들여다보며
갈잎배 만들어 띄웠느니라
달아난 참게를 기다려
저물도록 지켜앉아 있었으니라
우리들 아무것도 모를 때
그 조그만 것들 모두 어디로 갔나
쓸 데도 없이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배웠느니라
심호택 시인은 하제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원광대 불문과 교수로 재직할 때 늦깎이로 등단했지만, 첫 시집 “하늘밥도둑”(1992, 창작과비평사)은 ‘폭삭 익었다’는 발문처럼 많은 마음을 울리는 경탄을 받았다. 11월 팽팽문화제 60분 전에 모인 사람들의 절반 이상도 늦깎이여서 그의 시를 이제야 읽는다.
그의 시어는 하제 사람이 아니어도, 도시의 삶밖에 몰랐어도 잃어버린 유년의 개흙내를 맡게 한다. 생명체의 순정함이 자기 땅의 말로 생생하게 살아난다. 많이 배우겠다며, 많이 벌겠다며 앞만 보며 전진했던 ‘나’를 이루고 있던 것은 무엇인가.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아니었을까. 나는 무엇을 위해 달려왔던가. 지금 나는 어디에 있고, 무엇에 가슴이 반응하는가. 시가 멀리 있지 않다. 여기 내 안에 있다.
하제마을에는 팽나무만 남았다. 새만금 유역에 수라갯벌만 남았다. 그 존폐가 불안하다. 늦깎이는 이러한 현실도 이제야 알았다. 늦은 만큼 불안하고 조급하다. 주책맞게 눈물도 콧물도 흐른다. 그럼에도 생명은, 땅은, 우리의 이야기는 이어질 것이다.
“(상략)...그렇다 사람도 사람이지만 그동안 많은 죽음이 옛집에서 이루어졌다마는 생명은 끊임없이 가고 또 온다. 보아라 새로 돋아난 웬 못보던 풀나무가 초여름 한나절 우리 옛집을 낯선 푸르름으로 뒤덮었구나.”(<옛집>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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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일곱번째 팽팽문화제
2024년 12월 21일 (토) 오후 2시 하제마을 팽나무 앞
군산평화박물관
겨울 방학_3월에 개관합니다.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를 위한 선전전
매주 목요일 오후 4시~5시 군산 한길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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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펴낸곳 | 팽나무도요새클럽
함께하는곳 | 군산평화박물관
만든이 | 치자+우엉+자연+인디
표지그림 | 치자
편집 | 자연
배포+제작 | 작두+수선화
디자인 | (주)디자인사과나무
팽나무도요새클럽은
군산의 평화운동단체 '평화바람' 주변으로 이끌린 사람들의 그룹입니다.
오늘의 뉴스레터는 어땠나요? 좋았어요! 🤗ㅣ 음, 잘 모르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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