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적부리도요 고진수
넓적부리도요, 왜 하필이면 수라갯벌인가요?
서천갯벌도 있고 낙동강 하구도 있고 갯벌이 없는 것도 아닌데…
새만금신공항이다 뭐다 갯벌을 덮어버리지 못해 안달 난 사람들이 들끓는 수라로 찾아드는 건가요?
시베리아, 알래스카로 돌아가지 말고 따뜻한 동남아시아 어느 곳에 둥지 틀고 그냥저냥 살아보지, 그 작은 몸이 반쪽이 되도록 푸른 지구를 기어코 날아오르는 건가요?
넓적부리도요, 당신은 왜, 도대체 왜?
고진수, 눈부시게 새하얀 호텔 조리사복을 벗어두고 어찌하여 좁고 높은 철탑에 올랐나요?
어찌하여 그곳에서 겨울, 봄, 여름, 가을을 다 보내고 또 다시 겨울을 맞이하는가요?
넓적부리도요,
수라에는 갯벌을 사랑하고 지키고자 하는 사람도 많아요.
당신의 길고 긴 비행을 경이로운 눈으로 응원하는 사람도 많아요.
고진수,
당신의 춥고, 덥고 힘든 싸움을 함께 하는 사람도 많아요.
일하는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와 싸우는 사람도 많아요.
기어코 날아오르는 넓적부리도요 고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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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국립생물자원관
까맣고 끝이 넓적한 특이한 부리, 14~16cm 정도의 작은 몸집을 가진 넓적부리도요. 갯벌에 물이 빠지면 모래 토양에 있는 작고 얕은 웅덩이나 물기가 남아있는 곳에서 주걱 같은 부리를 좌우로 움직여 먹이를 찾습니다. 연체동물, 갑각류를 주로 먹지요. 여름에는 얼굴, 가슴 등이 붉은 갈색이고, 가슴 옆에는 작고 어두운 회색빛 얼룩무늬가 있습니다. (6~7월에 러시아 동쪽 베링해, 오호츠크해 부근에서 찍힌 넓적부리도요를 찾아보세요!) 겨울에는 머리가 엷은 회색으로 변하며, 눈썹선과 가슴은 모두 흰색으로 변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봄, 가을에 극히 적은 수가 통과하는데 가을철에 관찰기록이 더 많습니다. 이때는 겨울 버전(?)의 외양으로 발견됩니다.
철새 이야기를 하면서 그들의 기나긴 비행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몸집이 크건 작건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넓적부리도요는 동북 시베리아 북극권 등 매우 좁은 범위에서 번식합니다. 번식을 마치면 러시아, 일본, 북한, 한국, 중국, 홍콩, 타이완 등 서부 태평양 연안을 따라 이동하여 방글라데시, 미얀마, 태국 등지에서 월동합니다. 한 해 동안 비행하는 거리는 1만 6000~1만km에 달합니다.
넓적부리도요는 IUCN 적색목록에서 CR(위급) 단계로 분류된 심각한 멸종위기종으로, 전 세계에 번식 가능한 개체수는 약 100쌍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되며 매년 급격한 감소세를 보입니다. 개체수 감소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를 꼽습니다. 철새의 중간기착지 서식지가 사라지고, 미얀마 등 겨울철 서식지에서 생계를 위한 사냥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장거리 이동성 도요새인 넓적부리도요는 조간대 서식지에 의존하여 이동에 필요한 연료를 보충합니다. 서식지 파괴는 주로 중국, 한국과 같은 급속도로 발전한 국가에서 발생했으며 세계 최대 규모인 새만금 방조제는 새들의 중요한 연료 보급 서식지 중 하나를 파괴했습니다.
올해 10월 9~15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World Conservation Congress 2025)에서 공개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제4차 세계유산 전망 보고서’에는 “세계유산(서천갯벌) 경계로부터 약 6㎞ 떨어진 새만금공항(건설 계획 중)이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에 미칠 영향, 특히 이동성 철새 관련 영향에 긴급한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경고했습니다. 한국의 갯벌에 사는 다양한 생물 중에는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 등재된 국제적 멸종위기종 물새 27종이 포함되어 있으며 특히 전 세계에 약 400~600마리만 남은 넓적부리도요가 그 대표적 예라는 것입니다.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여행할 수 있는 편의를 좀 더 늘리자는 이유로 생존, 종 보전과 직결된 새들의 여행에 훼방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참고] 윤순영, 「작고 외롭지만 당당하게... 대륙 넘나드는 여행가, 넓적부리도요」. 한겨레 김지숙, 「세계자연보전연맹 “새만금신공항, 세계유산 한국 갯벌에 주요 위협”」. 한겨레 국립생물자원관, 『한눈에 보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CornellLab, 「Spoon-billed Sandpiper Fa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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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는 1978년 마하트마 간디가 살았던 소박한 오두막을 방문하며 ‘주택’과 ‘집’을 구분하여 설명합니다. 주택은 사람이 짐과 가구를 보관하는 곳으로 가구나 기타 편의시설이 잘 맞아 들어갈 수 있는 상자처럼 편의의 관점에서 지은 건물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모으는 갖가지 물건이나 편의시설이 결코 내면의 힘을 키워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살아갈 힘을 잃을수록 재화에 의존합니다. 삶에서 편의설비가 많으면 사람살이에서 표현되는 창의력이 최소한으로 줄어듭니다. 애석하게도 우리는 그런 편의를 더 많이 지닌 사람을 우러러보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그는 산업 문명을 인간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길이라 생각한다면 잘못이라는 결론을 얻습니다. 오늘날 계획을 맡은 사람들이 간디의 단순한 방식을 적용하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거간꾼이나 중앙집중체제가 설 자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계획자나 관리자, 정치가가 소외당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진실과 비폭력이라는 단순한 원리가 어떻게 이해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거짓과 폭력을 통하면 원하는 목표에 다다르리라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보통 사람은 정당한 수단을 통하면 정당한 목표에 다다른다는 사실을 이해합니다. 그것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사람은 뭔가 이권이 있는 사람뿐입니다.”
“자급자족이 이루어지는 사회에서만 사람들이 품위를 지닐 수 있다는 사실, 또 산업화로 나아갈수록 고통을 겪는다는 사실은 아주 명백할 것입니다. 이 오두막은 사회와 조화를 이룰 때 얻는 즐거움을 담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물품과 재화를 소유할수록 행복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서 간디는 생산성은 부족함을 메우는 한도 내에서만 유지해야 한다고 거듭 말한 것입니다. 오늘날의 생산 방식은 한계를 모르고 끝없이 증가하는 식입니다. 우리는 이런 모든 것을 이제까지 용인해 왔지만, 이제는 사람이 기계에 의존할수록 파멸을 향해 더 나아가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는 때가 왔습니다.”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 중에서
팽팽문화제에서 간디의 소박한 원칙을 만납니다. 아는 사람 하나 없이 팽팽문화제를 찾아오던 무렵, 먼저 말 건네고 인사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조용히 오가고 싶은 마음과 모두와 안부를 주고받고 싶은 마음이 오락가락했습니다. 팔랑거리던 마음을 달래고자 읽기 모임 ‘팽팽60분’을 시작했습니다. 문화제를 시작하기 한 시간 전에 모여, 방금 받은 짧은 읽을거리를 낭독하고 서로의 생각과 감상을 나눕니다. 첫 마음을 돌아보며 첫 모임에 읽었던 이반 일리치의 「간디의 오두막에서」 한 구절을 소개했습니다. 중요한 리허설이 있는 날에는 차분한 장소를 물색하느라 분주하지만, 팽팽60분은 언제든 누구나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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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자리
10월의 수라에서 말뚝망둥어를 처음 보았다. 기다란 집을 지어놓은 틈 사이로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헌데, 물이 많이 빠지고 있었고 인위적 해수유통 때문에 언제 다시 물이 들어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몇 번의 실패 끝에 말뚝망둥어를 손으로 잡아 물이 있는 곳에 놓아 주었다. 조금이라도 물 닿는 곳에서 살아내길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말뚝망둥어 입장에선 날벼락 같은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일주일 후 수라에 갔을 때, 말뚝망둥어의 집도 말뚝망둥어도 찾을 순 없었다. 그사이 물은 더욱 빠져 갯벌은 다시 말라가고 있었다. 갯벌 깊숙이 몸을 숨긴 방게의 흔적만 볼 수 있었다. 그 옆으로 작은 조개들이 또 말라 죽어 있다. 그 말뚝망둥어는 아직 수라갯벌에 살아 있을까. 잘 모르겠다. 물이 말라버려 함께 말라 갔는지, 새들의 먹이가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최근 12.29 무안공항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을 뵈었다. 공항에 남겨진 분향소와 여전히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의 외로운 외침이 여전했다. 눈물이 그렁하게 맺힌 유가족들은 책임을 회피하는 국토교통부의 셀프 조사에 맞서 독립적인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아픔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1년이 다 되도록 무안공항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무안공항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여전히 새로운 개발 사업을 위해 공항 주변은 한참 공사 중이었지만 서쪽으로는 바로 갯벌이 지척에 보였다. 이곳에도 수라에 오는 새들이 올 것이다. 남쪽으로는 큰 호수와 습지가 이어져 있었다. 수라를 지나 공항근처 호수에서 머물렀을 가창오리들의 자리를 어림짐작 할 수 있었다. 현장을 돌아보니 사고가 날 수 밖에 없는 조건이라는 게 느껴졌다. 이곳에 공항을 지어도 좋다고 누가 결정을 했을까.
태어나면 누구나 한번은 죽는다지만 국가의 과실로 죽어야 했던 이들은 어디에 그 아픔을 호소할 수 있겠는가. 새만금 사업으로 인해 수라갯벌 뭇 생명의 죽음 그리고 지어선 안 될 곳에 세워진 공항에서 벌어진 참사는 생명과 안전보다 개발의 이익을 우선한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그러나 참사 이후 변한 것이 있는가.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는 위험한 공항건설은 누구나 참사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있다. 그러나 비극적 참사 앞에서도 여전히 공항은 꼭 만들어져야 한다는 권력자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원통한 죽음을 우리는 외면하지 말자고, 뭐라도 해야 한다고 말 할 수밖에 없다. 그것만이 살아 있는 우리들이 슬픔에게도 자리를 내어주는 방식이기에. 잊지 않겠다는 오래된 약속이 다시 한 번 필요한 순간이다. 잊지 말자, 그리고 뭐라도 함께 하자. (12월 29일까지 매주 일요일 오후 3시 무안공항 1층 분향소 앞에서 미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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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람행진]이 끝나고 무안공항에 갔다.
“오직 참사의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만이 유가족을 위로할 수 있어요.”
[새,사람행진]이 끝나고 무안공항에 갔다. 새만금신공항 백지화 투쟁을 하면서 참 많이도 입에 올린 곳이 무안이다. 작년 말 제주항공 참사가 일어났던 무안공항.
9월 11일 새만금신공항기본계획 취소 소송에서 법원은 “이 사건 사업부지보다 훨씬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되었던 무안국제공항에서조차 조류충돌로 인한 대형 참사가 실제로 발생한 점까지 함께 고려하면 이 사건 사업을 추진할 경우 항공운항의 안전성을 충분히 담보하기 어렵고, 무엇보다 소중한 인간의 생명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을 취소해야한다.”고 판결했다.
공항으로 들어가는 길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한가로웠다. 유가족이 걸어둔 두어 개의 현수막이 여기가 그곳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다 해결된 거 아녜요? 아직도 해결이 안 됐다고요?”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을 만나는 많은 이들이 똑같이 묻는단다. 해결이 됐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유가족은 10개월이 지나도록 현장을 지키고 있다. 179명의 가족이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 아직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지난 7월 사고 조사 중간발표를 하려다 유가족에 가로막혔다. 사조위가 조사 시작 때부터 유가족에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공항의 입지부터 콘크리트 둔덕, 기체의 결함 등 결정적인 문제들을 놔두고, 조류충돌과 조종사의 조종 문제를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내세우려 했기 때문이다.
참사가 있은 지 10개월, 전국 공항 최초로 포항경주공항의 콘크리크 둔덕 제거 공사를 했단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뤄진 공사였다. 공사를 하게 만든 것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아니라 불평등한 세계를 만드는 권력자들의 잔치와 안위를 위한 것이라니. 국민을 대하는 그 빈약한 행태가 부끄러웠다. 참사의 책임을 새와 조종사의 탓으로 돌리고, 자신과 권력자들의 안위만을 위해 움직이는 정부의 무책임을 어느 누가 용납하고, 신뢰할 수 있을까.
문정현 신부님의 제안으로 11월 2일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3시 무안공항에서 추모와 연대의 미사가 열린다. 첫 미사에서 유가족협의회 김유진 대표는 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연대해줄 것을 호소했다.
“지난 10개월간 이곳을 지키며 떠나가신 179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분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렸습니다. 저는 어머니, 아버지, 사랑하는 남동생을 이 사고로 잃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이야기가 가장 슬픈 일이 아닙니다. 더 많은 가족들을 잃은 유가족들이 있습니다. 유가족들은 가족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으로 10개월을 지옥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습니다. 정부는 이 사고를 덮으려고만 합니다. 참사의 진상이 다 밝혀져서 돌아가신 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그로 인해 누군가의 또 다른 불행을 막고, 여기 계신 분들의 행복을 지켜주는 것만이 저희가 위로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이 사고가 단순히 불운한 사고가 아니다, 가족들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 유가족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응원해주시고, 힘을 보태주시고, 같이 해주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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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사람 : 인디
대답하는 사람 : 토니
Q.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A. 제 이름은 토니고요 미국에서 지금 박사 과정 중인데 연구를 위해 세 달 전 군산에 왔습니다. 오자마자 ‘새,사람행진’에 참여해서 잡지팀, 기록팀, 안전팀 등등 도움이 필요할 곳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며 재밌게 함께 걸었던 사람입니다.
Q. 팽팽 문화제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소감요?
A. 주한미군기지 관련 연구를 평택에서 시작했어요. 책으로 보던 대추리 이야기도 현장에서 직접 확인했죠. 평택 미군기지는 어떻게 유지를 하고 있는지, 주민 이주 상황은 어떤지, 기지반대 활동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싶어 평택평화센터에 갔는데 센터 활동가의 추천으로 2023년도 여름 팽팽문화제에 처음 참여하게 되었어요. 올해는 이번이 세번째 참가여서 총 네 번 왔네요.
처음에 왔을 때는 군산평화박물관에서 숙박하며 수라갯벌, 해창갯벌 답사도 하고 군산미군기지 관련한 설명도 들었어요. 다음날 팽팽문화제는 마침 팽나무 근처 밭에서 수박도 수확하고 빈 땅엔 김장무를 심는 농사체험이 있었어요. (벌레 물릴까 걱정해서) 긴 팔 입고 오라고 해서 엄청 땀 흘리며 참여한 기억이 나네요. 팽팽문화제로 인해 군산에 관심을 더 갖게 됐고 꼭 다시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제마을에 살던 주민들과 평화이슈에 관심 있어서 온 참여자들과 함께 무를 심었는데 그게 너무 감동적이더라고요. 미군 때문에 이주해서 법적으로는 더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 땅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생명을 만드는 일을 한다는 것이 놀라웠죠.
주민들이 이주해 텅 빈 땅을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사람을 모으고 자연스레 평화를 설명하는 공간이 되면서 심지어 사람들을 먹일 수 있는 공간이 된다는 건 군사주의 완전 반대에 선 활동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시위와 집회 활동보다도 더 반대편에 있다는 느낌이랄까요?
Q. 토니가 생각하는 평화란 무엇일까요?
A. < Making Peace with Nature: Ecological Encounters Along the Korean DMZ >라는 책이 생각나네요. 자연과 평화과 평화롭게 지내자는 책인데 그 미국 인류학자 엘레나 J. 킴이 DMZ에 관해 쓴 책이에요.
평화는 굉장히 명확하지 않은 단어라서 평화는 공부하기 굉장히 힘들다라는 얘기가 나와요. 평화라는 단어에 많은 의미를 끼워 맞출 수 있죠. 뭐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평화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건 그냥 함께 이렇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평화라는 단어를 아직은 정의내리고 싶지 않고 오픈해 놓고 싶어요. 하지만 평화애 관해 함께 논의하고 평화를 지키려는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면서 정립해 가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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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카레와 콩전
10월 팽팽문화제는 언제나 가을밤 캠핑을 한다. 오후 네 시쯤 문화제가 끝나면 저녁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에 식사를 해야 하기에, 평소 준비하는 간단한 먹거리보다 다양한 요리를 준비하게 된다. 이럴 땐 어떤 메뉴를 어느 정도의 양으로 배분할지가 고민이다. 처음에는 비건 음식과 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따로 준비해 모두의 취향을 맞춰보려 했지만, 인원에 따라 양을 정확히 맞추기도 어렵고 혼자하기에 요리 가짓수가 너무 많아지는 것 같아서 어느 순간부터는 모두가 함께 먹을 수 있는 비건 음식으로만 메뉴를 정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비건 음식을 맛있게 만들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데, 두부를 튀겨 고소한 맛과 쫄깃한 식감을 만들거나 버섯을 된장에 볶아 감칠맛을 내보려 애쓴 적도 있다. 요리책을 보며 식재료나 레시피에 대해 공부를 하기도 했다. 먹는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단순한 일일 수도 있지만, 또 누군가는 그것에 많은 고민과 의미들을 담기도 한다. 나는 그런 사람들의 행위에 일정정도 지지를 보내기도 하는 편이라서 더더욱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부담이나 고민들을 내려놓고 가급적 일상적인 요리들로 회귀하고 있는 느낌이다. 평범한 일상속의 요리만으로도 충분히 의미를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 것이다. 비건 음식이라는 이름보다 함께 맛있게 먹는 것에 집중하고 싶어졌다고 해야 할까.
이번 팽팽문화제의 메인 메뉴는 요즘 일본 가정식으로 많이 해 먹는다는 콩카레였다.
우리에게 익숙한 일본식 카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은은한 단맛이다. 그래서 양파를 잔뜩 준비해 절반은 채 썰고, 절반은 깍둑썰기를 해서 따로 따로 볶는다. 채 썬 양파는 거의 갈색으로 변해 뭉개질 때까지 오래 볶아서 단맛을 충분히 뽑아내고, 깍둑썰기 한 양파는 감자와 당근, 애호박 등과 같이 볶다가 고춧가루를 넣고 살짝 매콤하게 볶는다. 그리고 채소육수를 부어 은근하게 끌이다가 비건 카레 루를 넣어준다. 채소들이 충분히 익으면 각종 삶은 콩들을 넣어서 한소끔 끓여 주면 된다. 중요한 것은 채소들을 오래도록 끓여 주다가 삶은 콩은 요리 막바지에 넣어야 콩이 뭉개지지 않고 식감이 살아있게 된다는 거다.
그리고 마지막에 전체적으로 맛을 끌어올리기 위해 사용하는 게 토마토다. 카레는 은은한 단맛과 매운맛이 주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맛있다고 느끼는 포인트는 적절한 신맛이다. 신맛이 지나치면 실패지만 적당한 산미는 풍부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결국 비건이든 아니든 요리의 기본은 같다. 비건 카레를 만들 때 엄청 고민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맛을 내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기본을 잘 따라서 요리하면 되는 게 아닐까 싶어진다는 것이다.
이번에 또 의외로 만족스러웠던 메뉴는 콩전이다.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가끔 해주시던 요리다. 오래된 묵은지들 중에 군내가 나서 그냥 먹기 애매한 김치가 있을 때, 김치를 물에 빨아서 다져준다. 다진 김치에 밀가루나 쌀가루를 골고루 입힌 후에 콩물을 넣어서 반죽을 만들고 부친다. 파전보다 전부치는 시간이 훨씬 짧아서 금방 먹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콩의 고소함에 묵은지의 아삭함이 더해져 평범하면서도 맛있는 요리다.
사실 콩전을 비건 요리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일본의 콩카레도 집에서 간단히 해먹는 일상적인 음식일 뿐이다. 이번에 음식을 준비하면서 나 스스로는 비건 요리에 대한 부담들을 내려놓은 느낌이 든다. 뭔가 특별한 걸 만들어 볼까 싶어서 비건 요리책 몇 권을 뒤적이다 그냥 내가 잘 하는 요리 중에 비건인 메뉴를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버릴지 말지 고민하던 묵은지를 보다가 엄마가 해준 콩전이 떠올랐던 것이다.
사실 팽팽문화제에서 요리를 하는 건 특별한 의미나 대단한 의식을 나누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함께 모인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며 서로를 챙기기 위해서다. 비건 요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보다 차라리 가볍고 즐겁게 식사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좀 더 신경을 쓰는 것이 원래 내가 하려는 일이 아니었나 생각했다.
우리는 어떤 가치를 추구하다가 정작 가장 중요한 일상적인 것들이나 주위의 사람들을 놓치곤 하는 잘못을 한다. 그럴 때 어쩌면 아주 일상적인 것들 속에 이미 우리는 충분히 의미 있는 가치들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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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과 함께하는 추모미사
일시 : 매주 일요일 오후 3시 (11월 9일, 16일, 23일, 30일)
장소 : 무안공항 1층 분향소 앞
*12월 미사는 이후 공지합니다.
수라/하제 생명사진전 일시 : 10월 31일 ~ 11월29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장소 : 희희호호아트센터 관람료 : 무료
59회 팽팽문화제
일시 : 11월 22일 오후 2시
장소 : 군산 하제마을 팽나무 아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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