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주먹
어린시절 좋아했던 만화 주인공 ‘주먹대장’을 닮았다. 한쪽 손이 유난히 크고 힘셌던 댕기머리 소년. 흰발농게는 그 큰 ‘주먹’을 연인을 부를 때, 춤추고 연주하는 데 쓴다고 한다. 싸움과 사냥에 쓸 줄 알았던 무기같은 ‘주먹’을 노래하고 춤추는 데 쓴다니!
작고 빠른 흰발농게야, 갯벌을 망치고 자연을 훼손하는 악당을 모두 물리쳐 줄래?
아마도 흰발농게는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고, 발빠른 춤을 추며 ‘투쟁은 너희가 해, 인간이 저지른 짓 인간이 해결해’라고 말하지 않을까?
20년 전 촬영된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를 위한 삼보일배 작은 문화제’ 영상에서 ‘게 모자’를 쓰고 한손에는 지팡이를, 한손에는 촛불을 들고 ‘게처럼 옆으로 춤추는’ 사람을 보았다. 더불어 노래하는 사람도. 기록적인 폭염의 2024년 여름에도 여전히 춤추고 노래한다. 흰발농게처럼 서식지를 잃어가면서도 춤추고 꽃 피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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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수라>에서 소개할 수라 생물은 ‘흰발농게’입니다. 수컷의 한쪽 집게발이 흰색 이어서 흰발농게라 불립니다. 암컷은 두 집게발이 대칭이며 크기가 작습니다. 흰발농게는 붉은발 농게와도 닮았는데 흰발농게가 더 작습니다. 흰발농게와 붉은발농게는 서해와 남해의 갯벌에서 뻘 속 유기물, 미생물을 섭취하며 살아갑니다. 흰발농게는 주로 갯벌 조간대 상부의 모래가 섞인 진흙에 살고, 붉은발농게는 상부에서 중부에 걸쳐 진흙질 바닥에 서식하며 수직으로 구멍을 뚫고 삽니다.
흰발농게
Austruca lacte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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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발농게를 설명할 때 자신의 몸집보다 1.5 ~ 2배가량이나 큰 집게발에 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커다란 집게발로는 먹이활동을 할 수 없지만 집을 짓거나 다른 수컷과 영역 다툼을 할 때, 또 암컷에게 구애를 펼칠 때 사용합니다. 흰발농게의 영명은 Milky Fiddler Crab(우윳빛 바이올린 연주자 게)인데요, 수컷 흰발농게의 구애 행동과 관련이 있습니다. 번식기가 되면 흰발농게 수컷은 깊이 15cm 정도의 굴을 파고, 갯벌 위에 반구 모양으로 흙을 쌓습니다. 자신이 쌓은 흙 옆에 서서 하얗고 커다란 집게발을 흔들며 암컷을 부릅니다. 이 모습이 마치 바이올린을 켜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붙인 이름이지요.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의 갯벌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던 해양생물 흰발농게는 갯벌 매립, 도로 개발 등으로 서식지가 급격히 감소하여 2012년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환경부)되었습니다.
이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흰발농게가, 누군가는 ’이미 육화된 곳이니 공항을 지어도 된다’라고 말하는 수라갯벌에 삽니다. 갯벌과는 상극인 새만금방조제가 건설된 이후 14년이 넘었는데도 이곳을 서식지로 삼으며 버텨 온 흰발농게를 보며 기적이라 말합니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이 기적이 일어날 수 있는 이유로 수라갯벌의 낮은 경사도를 꼽습니다. 경사도가 낮아 아침저녁으로 들어오는 바닷물이 갑문 쪽으로 흘러가 버리지 않고 땅 아래로 스며 염분이 유지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수라갯벌의 흰발농게가 힘겹게 버티고 있는 것인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어떻게 아냐고 묻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수라갯벌에서는 매립공사, 방수제 공사가 한창인데요.
이 공사가 계속 되는 한, 흰발농게는 힘들게 버티고 있는 것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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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공사가 한참인 수라갯벌과 그곳에 사는 생명들 / 출처 : 영화 수라 동영상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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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발표된 인하대학교 해양동물학 연구실의 연구 결과를 통해 흰발농게가 공사장 진동과 유사한 진동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¹ 실험으로 증명된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공사 현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저주파 진동에서 흰발농게는 민감하게 반응하며 짧고 빠르게 움직이는 양상을 보인다고 합니다. 공사 현장의 저주파 진동이 잦아질수록 흰발농게의 에너지는 더 빠르게 고갈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움직이는 시간이 줄게 되어 포식자에게 잡힐 위험성도 높아지게 됩니다.
또한 선행 연구에 따르면 해당 저주파 영역은 흰발농게가 의사소통을 위해 사용하는 채널이기도 합니다. 흰발농게 수컷은 암컷을 집으로 부를 때 집게발을 흔들며 구애춤을 추는 것뿐 아니라 다리를 떨어 땅으로 소리를 전달합니다. 자신의 영역을 방어하기 위한 신호로 일명 북치기(drumming) 행위라고 하지요. 흰발농게가 내는 신호의 주파수가 공사 현장의 저주파 영역과 겹치는 것입니다.
위 연구들은 인위적 지반 진동이 생태계 오염원이 될 수 있으며 아울러 수라갯벌의 공사 소음이 흰발농게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바다와 육지의 경계에 살아 우리에게 더 익숙하고 친근한 흰발농게. 계속해서 이들과의 반갑고도 우연한 짧은 마주침을 이어가며 공존하기 위해서는 흰발농게의 서식지를 건드리고 파괴하는 행위를 멈춰야 합니다.
¹ 해당 연구는 해양오염학회지 2024년 3월호에 『The effect of anthropogenic substrate-borne vibrations on locomotion of the fiddler crab Austruca lactea (인위적 지반 진동이 흰발농게의 이동성에 미치는 영향)』(주수빈 외)이라는 제목으로실림. ² 해당 연구는 ‘동물행동학(Animal Behaviour)’ 2024년 1월호에 『Where the fiddlers sing: fiddler crabs change their tunes depending on the context(농게가 노래하는 곳: 흰발농게는 맥락에 따라 선율이 달라져)』 (김민주 외)라는 제목으로 실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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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어깨도요
도요는 먼거리를 나는 새다. 새만금 해창에 가면 장승들이 있는
장승벌이 있다. 그곳에는 뉴질랜드의 마오리 족이 보낸 우리나라 장승과는 모양이 사뭇
다른 장승이 하나 서 있다. 두 번 쓰러졌다. 세월의 풍파를 만나 밑둥의 기둥이
썩어 쓰러지면 또다시 세웠다. 마오리 족은 자신의 조상이 도요새라 생각한다. 새만금 갯벌에 찾아오는 도요새들의
안전한 귀환을 위해 새만금 방조제가 막히지 않기를 기원하며
2003년 보내왔다. 도요새는 누구에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새다. 우리에게 새들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그 드넓은 갯벌을 도요새가
누리다 사라지고 말았다. 다시 갯벌로,
다시 바다로 외치는 것은 어쩜
도요새 한 마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붉은어깨도요가 뉴질랜드로 떠날 준비를 하며
깃을 다듬고 있다. 자연이 먼저인 곳 사람들이 여전히 살고 있다. 도요새는 그런 의미를 전한다. 우리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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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길목에서
길고 힘들었던 여름이 끝나고 있다. 긴 여름 중반이었던 7월 22일, 부안 해창갯벌에서 ‘새만금 상시해수유통과 생태계복원을 위한 미사’가 시작됐다. 한 여름을 지나 11월까지 향하는 이 미사에 평화바람 식구들은 매주 월요일마다 총출동한다. 월요일마다 미사를 오가는 길에 수라에 들른다. 새들을 관찰하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매립공사가 진행되는 곳곳을 보게 된다. 봄에는 없던 도로가 새롭게 만들어졌으며 남북로를 사이에 두고 수라갯벌 맞은 편으로는 흰 비닐을 깔고 방수제 공사가 한창이다. 새들은 공사와 관계없이 각자의 자리를 찾아 쉬거나 먹이를 찾고 있지만 새들의 쉼터 는 매립공사가 진행될수록 빠르게 없어지고 있으니 매주 오가며 보게 되는 살풍경에 마음이 답답하다.
저어새와 가마우지, 백로 들은 여전히 건재하고 황새와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도요새들이 수라에 들고 있다. 황새는 본래 텃새였지만 1970년대 사냥과 농약,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서식지 감소로 완전히 사라진 후 인공번식을 통해 복원 중에 있다. 이 황새들이 수라에 들고 있다. 큰 키에 전체적으로 흰색이지만 날개 중반부터는 검은색을 띠고 있다. 검고 두껍고 날카로운 부리, 빨간 다리, 붉은 눈이 특징이다. 수라에서는 많게는 10여 마리나 군데군데 무리를 지어, 긴 다리로 걷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도요새들이 수라에 들고 있다. 도요새들은 몸길이가 100㎝ 정도 되는 황새에 비하면 아주 작은 새들이어서 도요새가 들고 있다는 소식만 들었을 뿐 아직 보지는 못했다. 망원경으로도 식별이 되지 않을 만큼 먼 곳에 작고 갈색 빛이 도는 새들이 옹기종기 있는 것을 보고 ‘도요새일까?’ 한다. 가을이 시작되고 있으니 도요새들을 더욱 열심히 살펴봐야겠다.
도요새를 찾는 와중에 보이는 오리들도 계절을 따라 수라에 들었다. 그리고 항상 흔하게 있어 별것 아닌 듯 지나치게 되는 갈매기들. 가로등 위에 꼭 서너 마리가 앉아 있다. 올봄에는 제비갈매기, 검은머리갈매기, 쇠제비갈매기 등을 보았다. 비교적 뚜렷한 특징 때문에 쉽게 구별할 수 있지만 가을의 갈매기들은 좀 더 공부가 필요하다. 아직 초보탐조가인 나는 그저 갈매기가 있구나 한다.
새들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용감하게도 대륙 간 이동을 하기도 하고 북쪽에서 남쪽으로, 남쪽에서 북쪽으로 나라간 이동을 하기도 한다. 한반도 내에서 이동하는 새도 있고, 옆 동네를 오가는 새, 동네 안을 오가는 새도 있다. 자연의 흐름에 따라 때맞춰 이동하는 새들을 보면 경이롭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경이로운 존재들 곁으로 오스프리가 난다. OSPREY. 수라에서도 관찰할 수 있는 새 물수리를 뜻하는 영어 이름인데. 물수리가 들지 않은 9월의 수라에는 미군이 만든 ‘헬기 오스프리’가 쉼 없이 떴다. 오스프리는 오키나와와 일본 주민의 큰 반대 속에 배치가 강행됐는데 오스프리 배치를 반대한 이유는 헬기 추락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작년까지 일본에서는 오스프리 추락사고가 여러 차례 있었고 약 7개월간의 운행 중단 끝에 운행이 재개됐다고 한다. 현재까지 총 46명의 군인이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8월 초 갑자기 군산미군기지에 모습을 보인 오스프리가 수라갯벌과 평화바람 집 지붕 위를 난다. 퍽퍽퍽퍽 프로펠러 돌아가는 소리, 창틀이 흔들리는 진동, 해가 떨어지면 빨간 불이 번쩍번쩍.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많은 사람들을 죽인 살인 무기가 오늘 집 지붕 위를 보란 듯이 날아다닌다. 여러 차례 옥봉 저수지를 돌며 마을 지붕을 건너간다. 내가 사는 동네가 미군들에게는 그저 훈련장인 모양이다. 열어둔 창문으로 잔인한 소리가 귓속을 괴롭힌다. 대담하게 대륙을 이동하는 새들은 경이롭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 같은 소리만 해대는 인간들은 잔인하고 무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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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과 고야
“사람들의 일상을 파괴하는... 미군기지를 짓기 위해 팽나무 앞에 살던 사람들을 쫓아내는 그런 일들이 팔레스타인에서도 다른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닌가... 팽나무를 비롯한 생명들을 지키고 미군기지를 확장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라고 모여서 힘을 내는 투쟁들이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학살과 점령을 반대하는 투쟁, 일상적으로 저항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팽나무 앞에 모여서 함께 얘기하는 이 시간이 팔레스타인을 이야기하는 평화의 목소리로도 더 크게 퍼져나가면 좋겠습니다.” - 채민 발언
땀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천막 아래로 하나둘 사람들이 모인다. 팔레스타인 관련 제목을 단 가지각색 책들이 즐비하고 스티커와 배지, 복숭아 병조림(?)이 그득하게 올려져 있다. 전주 토닥토닥 책방에서 팽나무 앞으로 출장 왔다. 다른 한 켠엔 뜨거운 낮의 열기를 잊게하는 시원한 커피와 오디 주스, 망고복숭아 주스 그리고 근사한 냄새의 불량감자와 칼칼한 도토리묵까지. 청주 생활공동체 공룡 팀의 활약으로 팽팽의 식탁에는 맛있고 배부른 기억과 기대가 가득!
테이블 뒤로는 매달 보던 영길 샘과 설해 그리고 한국어가 서툰 사람이 있다. 바로 오키나와에서 온 우미. 커피? 아이스? 짧은 한국어로 후원금을 확인하지 않고 커피를 마구 내어주던 우미는 ‘팔레스타인의 수박’과 ‘오키나와의 고야’가 함께 앉아 책을 읽고 있는 귀여운 스티커를 제작해왔다. 오늘의 이야기 손님이기도 했던 우미는 오키나와의 헤노코 기지를 비롯해 군산과 곳곳에 있는 수많은 미군 기지, 전쟁이 일으키는 파괴가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는 일과 무관하지 않음을 이야기 나눴다.
햇빛을 가려도 부지불식간에 떨어지는 땀방울에 정신이 혼미했지만 가산 파냐르의 단편과 솔가의 노래가 또렷이 들려왔다. 모여서 얘기하고 듣는 자리의 힘이 있다고 믿는다.
이 날 팽나무 옆 밭에서는 참외를 수확했다. 포도와 수박을 가져와 함께 나눠 먹었다. 희끄무레한 노란색의 참외는 처음 먹어보는 근사한 향의 맛이었다. 근사한 향의 참외와 풍족한 먹거리와 속수무책의 땀방울. 8월의 팽팽은 가득하고, 어지럽고, 눈시울이 자주 붉어졌다.
팔레스타인에 평화를, 팔레스타인에 해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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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서 듣고 이야기하는 자리의 힘 팽팽의 식탁에는 맛있고 배부른 기억과 기대가 가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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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태양 아래서 묵사발 먹기
팽팽문화제가 열리는 ‘8월 셋째주 토요일’을 준비한다는 건 결국 뜨거운 태양을 어떻게 피하는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시작한다. 무방비로 햇볕을 맞다가는 금새 땀을 한바가지 흘릴 뿐만 아니라 더위 먹기 십상이다. 어떻게든 그늘을 만드는 게 첫 번째 일이다. 그러니까 모든 계획은 태양을 조금이나마 가리고 나서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는 게 우선이다.
이번 8월 팽팽문화제는 ‘팔레스타인 연대 평화장터’로 준비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팔레스타인 해방연대 활동가들에게 물품을 받고, 전주 토닥토닥 책방을 섭외하고, 평화를 노래하며 연대하는 솔가님 공연을 섭외했다. 전쟁으로 고통 받는 팔레스타인 민중과 그들을 위해 힘겹게 활동하는 국제연대활동가들에게 조금이나마 연대와 지지의 메시지를 보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준비했다.
하지만 이런 큰 생각은 아주 잠깐이고 이내 머릿속은 ‘태양을 피하는 법’에 대한 것으로 가득했달까? 그러니까 본래의 큰 생각은 누군가의 몫으로 남겨두고 마치 이것이 내가 할 일인 것처럼 천막 네 동을 마주보게 설치하고, 그 천막 위로 그늘막을 올려서 사람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 따위가 준비하는 과정 내내 가장 중요한 생각이다.
여하튼 8월 팽팽문화제를 맞이하여 음식 부스에서는 냉묵사발과 불량감자를 준비했고, 음료는 냉오디 주스와 복숭아망고 주스, 그리고 공룡의 팽팽 먹거리 나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준비했다. 음식과 음료를 준비할 때도 가장 신경 썼던 것은 이 뜨거운 태양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맛있는 음식이라는 건 ‘어떻게 요리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먹느냐’는 데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많은 사람들을 위해 요리하는 대용량 음식에서도 중요한 것은 ‘어떻게 요리하느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 신경을 써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냉묵사발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한일은 지난 초겨울, 어머니께서 담가주신 동치미 국물을 냉동하는 것이었다. 그 다음, 2년 된 묵은지를 물에 한 차례 빨아서 양념 넣어 볶아주고, 도토리묵을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서 특유의 떫은 맛을 잡아줌과 동시에 부드럽고 탱글탱글하게 만들어 준비했다. 하지만 더 신경쓴 것은 문화제가 끝나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차가운 육수를 부어 먹을 수 있는 방법과 엄청 더운 날, 짠 맛과 신 맛, 그러니까 새콤한 맛을 주어서 더위에 병나지 않게 만들어 주면서도 간단하게 요기를 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더 신경을 썼던 것 같다.
팽나무 아래에서의 요리라는 건, 결국 어떤 음식을 하느냐가 아니라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는 게 전부인지도 모르겠다.
팽팽문화제에서 항상 음식을 장만해주는 '공룡'은 투쟁현장에서 기록과 음식 뿐만 아니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몸을 쓰며 연대하는 청주 지역 단체입니다. 글쓴이는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의 멤버이자 팽팽셰프 박영길 님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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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제는 여전히 풍요롭다. 매달 팽팽문화제에 갈 때마다 마을 곳곳을 살피며 하제 땅이 주는 선물을 찾는다. 이번엔 수박, 참외, 고추, 방울토마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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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경계가족
누가 그랬어? 집이 사무실이고 사무실이 집인 사람을 ‘홈리스’ 라고... 우리가 딱 그런 꼴이지! 2003년 부안핵폐기장반대 군민투쟁을 통해 뭔가 “깨달았다!” 며 문정정을 필두로 10여 명이 ‘평화유랑단 평화바람’을 조직했어. 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나보겠다며 한국 최초의 운동권 버스킹 활동을 시작했지. ‘이라크파병 반대’,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주제는 핫했지만, 어설픈 재능으로 사람의 관심을 끈다는 것은 쉽지 않았어. 당연히 힘들었지. 그중 가장 힘든 것은 ‘같이 산다’는 것. 서로 다른 사람이 준비 없이 함께 살면서 활동한다는 것은 만만치가 않았어. 하지만 미군에게 쫓겨날 대추리 주민들을 생각하면서 우린 버텼지. 2007년 주민들이 대추리에서 쫓겨났고 우리 도 쫓겨났지. 너무 억울하고 분한 거야. 오기가 생겼어. 고향으로 돌아와 군산 미군기지 옆 옥봉에 터를 잡았어. 떠날 사람은 떠나고, 가난한 사람 5명이 문정정 그늘에 모여 살게 되었지. 삶과 운동이 분리되지 않는, 자립과 자치를 이루기 위한 대안 공동체 운동을 시작해 보자며 원대한 계획도 세웠지.
하지만 세상은 우리를 가만두지 않았어. 2011년 강정 주민들의 연대 요청으로 군산과 강정 두 집 살림을 하게 된 거야. 강정 생활 초기에 문정정으로 대표되는 평화바람은 결혼하지 않는 독신자들의 수도회 같은 곳이라는 소문도 돌았지만 ‘강정러브 랜드’! 모진 풍파 속에서 새식구도 들어왔어.
그러다 2020년 새만금 수라갯벌에 ‘새만금 신공항’이 들어선다는 거야. “니 동네 뺏기는 줄 모르고 어디서 뭐하고 있냐”는 팽나무 할머니의 불호령에 정신이 번쩍 들어 군산엘 왔더니 군산 미군기지가 엄청나게 변해 있었어. 탄약고 안전거리를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하제 주민을 다 쫓아내고 팽나무만 남겨 두었어. 최신형 헬기 부대 신설, 스마트한 격납고, 레이더 증설 등 최첨단 대중국 전초기지가 되어 미중전쟁의 한복판에 있는 거야.
10년이 넘는 강정 생활을 하루아침에 정리하고 올 수가 없어 우리도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했지만 다시 시작된 군산 생활은 너무 힘들었어. 늘어난 활동에 팀워크도 맞춰야 되는데 그동안 너무 떨어져 살다보니 같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달랐어. 하루도 몇 번씩 조•우울증이 널뛰고, 어디로 도망치고 싶었어.
그중 가장 힘든 것은 강정에서처럼 군사적 긴장 상태를 매일 마주해야 한다는 것! 참으로 견디기 힘들었어. 그래서 우리는 아팠어. (2부는 다음 달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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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상시해수유통과 생태계 복원 기원미사
매주 월요일 오후 3시 해창갯벌(부안군 하서면 백련리 1024-7)
*천주교 전주교구청에서 1시 30분 출발 버스 있습니다.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를 위한 선전전
매주 목요일 오후 4시~5시 군산 한길문고
군산평화박물관
개관시간 매주 수요일~일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점심식사 시간 12시~1시 30분)
공휴일, 월요일, 화요일 정기 휴관
마흔다섯번째 팽팽문화제
2024년 9월 21일 (토) 15시
하제를 노래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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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펴낸곳 | 팽나무도요새클럽
함께하는곳 | 군산평화박물관
만든이 | 치자+우엉+자연+인디
표지그림 | 치자
편집 | 자연
배포&제작 | 작두&수선화
디자인 | (주)디자인사과나무
팽나무도요새클럽은
군산의 평화운동단체 '평화바람' 주변으로 이끌린 사람들의 그룹입니다.
오늘의 뉴스레터는 어땠나요? 좋았어요! 🤗ㅣ 음, 잘 모르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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